2024년 04월 24일(수)



국민 이익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조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02.10.11 09:47

상명대학교 함시창교수

지난 10년을 볼 때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처럼 치열한 구조조정을 겪었던 산업은 거의 없다. 영국이나 호주처럼 대대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였던 국가들도 있고, 이미 민간기업들이 주도하였던 국가들의 경우 대상기업들을 통합하거나 분리하는 방식으로 효율성 향상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제 세계적으로 비용이 싸고 품질이 좋은 전력이 보급되고 있어 구조조정의 결실이 맺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부문은 이미 5개의 화력과 1개의 원자력으로 분할되어져 민영화가 예정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전력을 나누어주는 배전 부문의 민영화도 계획되고 있다. 우리의 구조조정도 외국들과 마찬가지로 전력수급의 시장기능 향상을 통한 전력산업의 효율성 향상과 소비자들의 이익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장밋빛 청사진대로 과연 실현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력은 그 특성상 저장 또는 보관이 불가능하므로 시장친화적인 재화로 보기 어렵다. 또한 발전소 건설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수요예측이 잘못될 경우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지금까지 비교적 효율적이었고 현재 전력요금도 상대적으로 낮아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구조조정 후 가격인하나 효율성의 급격한 향상을 기대하기 쉽지 않는 점은 우리 구조조정의 골치 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만일 구조조정을 열심히 하였는데 그 결과 전력가격이 껑충 뛰거나 자주 단전이라도 일어난다면 왜 구조조정을 하였는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게 된다.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정부 계획의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지지 정도에 달려있다.

현재 구조조정 후 전력요금이 인상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잘못되어 지난해 심각하였던 의약분업파동보다 더 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라도 된다면 누가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력산업의 구조조정을 경쟁과 민영화로 분리해볼 때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민영화과정이다. 사실 한 회사가 전력의 모든 부분을 담당하는 대신 이를 여러 기업들로 분리하여 서로 경쟁토록 할 경우 산업전체의 효율성은 증가하기 마련이므로 기업분할을 반대할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

문제는 민영화된 전력산업의 주체들이 선의의 경쟁 대신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려 하는 경우이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들은 가능하다면 담합 등을 통해 요금을 인상하려 할 것이므로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효과적인 규제체제 특히 경쟁체제의 설계는 특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전력산업의 구조조정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 전력요금의 인하 또는 최소한의 인상이 전제되어야 한다면 경쟁체제의 확립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력산업의 경쟁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인가?

첫째, 기업수가 적다면 아무래도 경쟁 수준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므로, 가능한 많은 발전소가 건설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산업공단 또는 대규모 제조기업들과 같은 대량 수요자들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적극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안의 발전소 건설 자유화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민간발전소 건설이 하나도 추진되지 않고 있음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둘째, 당연히 민영화 기업들이 제대로 경쟁하고 있는가를 감독하는 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구조조정안에서도 규제기관인 전기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력거래소를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하는 등 필요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언제나 지적되듯이 제도가 아니라 집행이 문제인데, 영국처럼 규제제도가 잘 발달된 나라에서도 발전회사들의 담합이 문제시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력산업과 같이 기술이 복잡하고 규모가 복잡할 경우 시장실패의 가능성에 대하여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무엇보다도 구조조정의 주체가 전력산업의 경쟁체제 확립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는 결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경쟁체제를 강화할 경우 민영화되는 기업들의 경제적 가치가 감소될 수 있는데, 만에 하나 매각대금수입을 높이려 경쟁에 대한 규제를 구렁이 담너머 가듯이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민영화란 비효율적이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정부제어로부터 효율적이지만 불안정할 수도 있는 시장규율로 이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사실 일반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전력산업이 어떻게 구조조정이 되고 또 민영화 결과 주인이 누가 되는지 상관이 없다. 일반소비자들은 구조조정이후 전력요금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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