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금)



원자력산업이 가야할 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02.11.18 17:23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군철 교수

미국 북쪽 오타리오 호수 주변을 끼고 지나가는 도로 이름이 `Sea Trail'이다. 이는 옛날 인디언들이 이 호수가 너무나 거대해 바다인 줄 알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세계 에너지의 30%가 전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데 비해 나머지인 70%는 난방, 수송등 비전력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전력 중에서도 원자력에너지는 16%를 차지하기 때문에 따라서 현재 원자력은 전체 에너지 중 약 5%만을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자력 산업은 아직도 원전건설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마치 호수를 바다로 생각하고 안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제 우리는 원자력산업을 전력이 아닌 비발전 산업분야로 그 이용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할 때다.
 
비발전 동력분야는 그 이용도도 크지만 활용분야가 매우 다양하고 소자본으로도 가능하다는 데 무엇보다도 큰 이점이 있다. 이러한 비발전 동력분야에는 지역난방 해수담수화 원자력선박 수소생산 등이 있으며 이는 향후 우리가 개척해야 할 거대한 시장인 것이다.
 
이중 원자력 지역난방은 1960년대에 개발이 추진되어 이미 러시아 중국 스위스 캐나다 등 7개국에서 20개 이상의 원자로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열효율이 33%인 대형 원전에 의한 지역난방은 폐열을 이용해서 가능하지만 원전 위치가 수요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수용비가 많이 든다. 따라서 지역난방 원자로로써 소형 원자로의 개발이 여러 나라에서 수행되고 있다. 또한 향후 21세기에 지구가 당면하게 될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여 해수를 담수화하기 위해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한 플랜트를 대용량 및 환경친화적인 원자력 플랜트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IAEA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고 이를 위해서도 소동력로의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담수의 총량은 일일 약 2,600만 톤이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담수용량은 일일 약 45만 톤이다. 그러나 2025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1/3, 우리나라 경우 2011년에는 연간 약 18억톤 정도의 물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담수설비 시장의 확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IAEA의 중소형 원자로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15년까지 많게는 19기 작게는 10기의 중소형 원자로가 건설될 것으로 보고 그 중 아시아 물량이 반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원자력을 추진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력 선박과 원자력 로켓의 개발이 미래를 대비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선박은 향후 증가되는 해양수송을 충당할 수 있는 대용량, 초고속 선박으로 가장 적합하며 경제성도 30노트 이상이면 디젤선에도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올해 해수담수화 등 다목적 소동력로인 330MWt SMART 원자로를 국가과제로 개발하기 위해 개발단이 설립되었고 그 실증로로 65MWt SMART-P 원자로를 2005년까지 건설허가를 얻을 수 있도록 현재 설계중이다. 이 원자로는 기존의 상업로와는 크게 달리 그 목적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주요 기기를 압력용기안에 위치시켜 기존 원전에서 우려하는 가장 큰 사고인 냉각제 상실사고를 근원적으로 배제시키는 등 여러 가지 자연법칙에 따른 고유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향후 전망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보통사람들의 원자력에 대한 불신도 크지만 호수를 바다로 생각하고 안주하는 우리 원자력 산업계의 투자의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소르본대의 튀르고 교수는 “역사는 직선적으로 발전한다”고 하였다. 물론 어느 때는 정지, 혹은 몇 단계 후퇴도 필요하지만 말이다. 요즘 부지 문제(발전소, 폐기물 저장소), 온배수 보상 문제나 반핵문제가 우리의 걸음을 주춤하게 하고 있지만, 더 넓은 원자력산업 시장이 있다고 믿는 한 우리의 노력이 멈춰져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은 미래지향적으로 과감히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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