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박순주 최석재 기자]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과는 달리 배출권 거래제를 비롯한 탄소 규제 필요성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홍보 영상이 제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환경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제작한 이 홍보 영상은 시대 추세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의 입장을 사실상 대변하는 영상이어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이에 앞서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과학적 논란을 살펴보고, 탄소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한경연이 제작한 홍보 영상은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과학적 논쟁 △지구 온난화설의 배경 △탄소 규제의 문제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된 홍보 영상은 "일반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원인으로 탄소 배출량 증가를 꼽고 있지만, 일종의 자연현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근거가 불분명한 실정"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이다.
한경연의 윤상호 박사는 이에 대해 "이 영상의 취지는 지구온난화가 탄소 때문이라고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다른 주장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탄소 규제의 재검토를 담은 동영상이 제작됐다는 소식을 접한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불만을 표출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부소장은 "한경연의 홍보 영상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라며 "환경오염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구 온난화 현상은 IPCC 등의 국제기구에서 과학적 합의가 끝난 상황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이러한 홍보 영상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연구하고 발표한 자료에 불과하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일반인과 개도국에게 전가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상 기후 현상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더 큰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인류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