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안희민기자] 일본열도가 내년 초기 수소경제 상용화 시대를 앞두고 설레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소경제 시대를 견인하고자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충북, 광주, 울산에 수소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정작 수소 공급에 필수적인 수소충전소 설치는 지지부진하다. 업계에선 수소경제를 앞당겨 실현하려면 수소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인식 변화와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 상용화를 앞뒀다는 일본의 수소경제 로드맵은 - 세계 최대 가스 수입국인 일본은 연료전지와 연료전지차, 수소용기와 수소충전소 개발에 몰두해왔다.
2010년 기술 실증 단계와 2015년 기술과 시장 실증 단계를 지나 2016년 초기 상용화 시대로 접어든다. 2025년까지 계속되는 초기 상용화시대엔 연료전지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고 수소충전소가 대거 설치된다. 이 단계를 지나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소경제 시대가 펼쳐진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처음으로 상용화했고 미국은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수 기업들이 연료전지시스템을 자사의 건물에 설치하고 있다. 1839년 윌리암 그루부가 첫 번째 연료전지를 개발한 이후, 1958년 GE가 처음으로 백금촉매 연료전지(PEMFC)가 개발되고 1965년 12kW짜리 연료전지가 우주선 제미니호에 탑재되며 군사, 우주용으로 사용되던 연료전지가 본격적으로 인류의 생활에 파고드는 셈이다.
◇ 왜 수소인가? - 수소는 채집이 용이하고 환경, 경제성 있기 때문에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연간 수소 생산량은 3800만 톤에 이른다. 이는 연간 200kg의 수소를 소비하는 수소연료전지차 1억 9000만대를 운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올해 79만 12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33만 5200대, 순수전기차가 18만 9000대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에 비춰 볼 때 수소연료전지차 연간 운용 가능대수가 1억 9000만 대에 이른다는 사실은 수소의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함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보면 일본이 1800만 톤, 유럽 7600만 톤, 북미 2100만 톤을 생산한다. 우리나라도 1300만 톤을 생산한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는 산업구조 상 부생수소가 상당량 생산된다. 특별한 추가 시설 설치 없이 대산 20만 톤, 울산 70만 톤, 여수 40만 톤 생산된다. 그만큼 경제성이 있다.
구분 | 부생수소 | 휘발유 | 경유 | |
연료가격 | 760원/L | 1,430원/L | 1,270원/L | |
| 연비 | 76.8㎞/㎏ | 10.6㎞/L | 13.8㎞/L |
L당 연비환산 | 20.7㎞/L | |||
운행 중 CO2 발생량 | 0 | 219g/㎞ | 143g/㎞ | |
거리당 연료비 | 36원/㎞ | 135원/㎞ | 98원/㎞ |
업계는 10만 톤이면 수소차를 40∼50대 운용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는데 이들 공업단지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만으로 650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운용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부생수소 생산량으로 6500대의 운용이 가능하다.
부생수소는 휘발유와 경유에 비해 환경성과 경제성이 크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자료에 따르면 부생수소의 가격은 리터당 760원으로 휘발유 1430원, 경유 1270원의 절반 가량이다.
그럼에도 연비는 2배 이상이다. 휘발유가 리터당 10.6km, 경유 13.8km일 때 부생수소는 20.7km이다. 연료비로 환산하면 휘발유가 km당 135원, 등유 98원일 때 부생수소는 36원이다.
부생수소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전혀 없다. 휘발유는 km당 219g, 경우 143g이지만 부생수소는 0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소는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공기 중에 배출돼 왔다. 엄청난 산업 잠재력이 허공에 날려지는 셈이다.
▲여러가지 수소용기. <사진=헬로드>
◇ 수소가 용기에서 잠잠한 이유 – 수소가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만 활용된 이유는 수소가 폭발의 위험성이 큰 물질이라는 두려움에 일반 대중들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소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린카를 담당하는 손영욱 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지난해 11월 열린 2015년도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신규후보과제 공청회에서 “국책과제로 개발된 수소저장탱크의 안정성을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 이사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수소탱크(수소용기) 자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를 위해 수많은 충돌실험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에 따르면 수소용기에 충격이 가해지면 밸브가 2∼3중으로 닫혀 수소 누출을 최소화한다. 또 불이나 수소용기 온도가 104∼105℃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수소가 방출된다. 누출된 수소도 공기 중 산소량이 부족해 폭발에 이르지 않는다.
즉 수소가 인화점이 낮아 폭발위험성이 큰 물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폭발하기 위해선 일반 공기에 포함된 산소량보다 많은 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소용기에서 조절되는 수소누출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우리의 수소저장기술 어디까지 – 수소용기는 탄소섬유를 수천 번 감아 만드는데 국내에선 (주)효성이 탠섬이라는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수소용기 소재와 제작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과 안정성, 용량을 키워나가는 게 숙제다.
수소충전소 운용도 개선할 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소 200∼300bar 상태의 압력을 유지하다가 수소를 주입할 때 700bar로 올린다. 승압할 때 전기 등 에너지가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유럽의 경우 지하에 설치된 수소저장탱크의 압력을 평소에도 700∼900bar로 유지해뒀다가 700bar로 수소를 주입하기 때문에 승압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없다.
따라서 안정성 있는 고압의 수소저장탱크가 필요해 현재 산업부 주도로 개발 가운데 있다.
산업부 총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산업기술평가관리원 관리 하에 무게효율 5.5wt%를 만족하는 700bar 수소용기를 개발하고 있다.
◇ 수소충전소, 2020년까지 10기 목표, 제도 지원 ‘절실’ - 환경부는 지난 5일 친환경자동차 구매 지원 정책을 소개하며 2020년까지 수소충전소 10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단지와 연계한 부생수소 충전소를 광주, 대구, 울산, 충남 등 배후도시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단가가 대당 20∼30억 원으로 일반 주유소보다 비싸다.
업계는 일단 수소충전소 보급계획이 현실성 있게 마련된 점을 환영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가 국내에 원활히 보급되기 위해선 약 50기의 수소충전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안병기 현대차 이사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한 국가 위상에 걸맞는 수소충전소 확보를 요구하며 이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그는 “현실적으로 기존 주유소에 수소충전소도 복합 설치하는 것이 유력한데 현실적으로 주유소와 수소충전소, 전기충전소를 관할하는 법률이 많아 장애가 되고 있다”며 “기술 개발과 시대적 요청에 걸맞게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일본은 현재 수소충전소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수소충전소에 최대 20만 달러 이내에서 30%, 수소생산업체에 30%의 세제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은 정책 ‘H2 모빌리티’를 2012년부터 시행하며 2015년까지 65개 수소충전소 운영이 목표다.
일본은 수소 충전소 1곳 당 최대 2억 5000만 엔을 보조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를 중심으로 40여 곳이 구축됐다. 올해까지 전국 100곳이 목표다.
현재 충전소 설치를 위해 관련 규정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0년부터 충전설비 규제, 입지 조건, 안전 규제, 수소 운송-충전소 운영규제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