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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친환경도시 파리가 부럽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2.09 16:39

최연구 실장<한국과학창의재단 기획예산실>

▲최연구 실장<한국과학창의재단 기획예산실>

지난해에 있었던 프랑스의 지방 선거에서 파리시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시장을 배출했다. 그 주인공은 13년간 파리시 부시장을 지냈던 스페인 이민자 출신의 안 이달고(Anne Hidalgo)시장이다. 이달고 시장과 함께 파리시를 이끌어온 전임 시장은 같은 사회당의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e)였다. 들라노에는 2001년 실시된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파리 시장으로 선출돼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는데 사실 그가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건 전통적으로 우파가 차지해온 파리시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좌파가 승리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동성애자임을 공개석상에서 밝힌 소수자출신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튀니지에서 태어나 파리시의회 의원, 하원의원, 상원의원 등을 역임한 들라노에는 1999년 TV 인터뷰를 통해 돌연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동성애자들의 권리에 대한 무관심을 해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파리시청에 입성한 들라노에 시장은 파트너인 이달고 부시장과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친환경제도를 속속 도입해 새로운 파리시의 명물들을 만들어 냈다.

먼저 파리 시내에서 자전거를 손쉽게 임대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벨리브(velib) 제도를 만들었다. 벨리브 제도는 무인자전거대여시스템이다. 혼잡한 도시 파리의 교통문제를 개선하고 환경과 시민건강까지 고려한 정책으로 기획되었다. 벨리브는 자전거라는 뜻의 ‘벨로(Velo)’와 자유를 뜻하는 ‘리베르떼(liberte)’를 합쳐 만든 말이다.

‘자유로운 자전거’ 또는 ‘자전거로 자유를 꿈꾼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데, 삶과 문화를 즐기는 파리 시민들의 컨셉트와 딱 어울린다. 벨리브는 2007년 7월 750개의 대여소에서 7500대의 자전거를 빌려주는 서비스로 시작돼 지금은 1200개 이상의 대여소, 2만대 이상의 자전거로 늘어났다. 회원 가입시 보증금 150유로(1유로는 약 1250원)를 내고 연회비 29유로에 대여시 최초 30분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1일 요금은 1.7유로(약 2100원)에 불과해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부담이 없다. 파리시민 중 자전거 이용 정규회원만 10만 명에 이르고 하루 사용인구 12만 명에 연간 210만 번을 이용한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산화탄소를 줄여 도시환경도 개선하고 건강도 챙기고 자전거를 타며 아름다운 파리시를 한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 대여제도도 만들어 파리시의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달고 시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환경오염의 주범인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트록이 용무없이 파리시를 통과하는 것을 막고 일부 도심에 준보행자 전용구역을 정해 디젤 승용차 통행을 제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들라노에와 이달고가 만든 또 하나의 야심작은 휴가를 떠나지 못한 파리지엥과 파리를 찾아온 관광객을 위한 쎄느 강변의 인공해변 프로젝트, ‘파리 쁠라주(Paris Plages)’라는 친환경정책이다. 파리의 쎄느(Seine) 강변에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약 한 달 동안 인공 해변이 마련하는 색다른 프로그램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변에 모래사장과 파라솔(parasol), 야자수가 설치되고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파리 시청이 쎄느 강변에 만든 이 인공해변을 ‘파리 쁠라주(Paris Plages)’라고 부른다. 쁠라주는 ‘해변’을 뜻하는 프랑스어인데 영어의 비취(Beach)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여름 한철 긴 바캉스를 떠나지만 경제 사정이 나쁘거나 바빠서 미처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파리지엥들도 제법 있다. 선진국에도 그늘이 있고 어디를 가든 소외계층은 존재하는 법이다. 휴가를 떠나지 못한 파리지엥들을 위로하고 대부분의 상점과 공공시설이 문을 닫는 휴가철에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야심찬 프로젝트가 바로 파리 쁠라주다. 

파리 쁠라주는 2002년 처음 시작됐다. 첫 해의 파리 쁠라주가 시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매년 그 규모가 커졌고 이제는 여름 파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파리 시청 근처의 쎄느 강 강변에는 약 3.5km에 걸쳐 파라솔과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파리 쁠라주가 마련된다. 파라솔 아래에서 쎄느 강을 바라보며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피서객들, 모래사장에서 모래성을 만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나란히 누워 태닝을 즐기는 연인들로 붐비는 파리 쁠라주는 21세기 파리시의 새로운 명소다.

혹 파리시에 가게 되면 자전거를 빌려 아름다운 도시를 들러보거나 여름철 쎄느 강변의 파리 쁠라주에서 태닝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최연구 실장(한국과학창의재단 기획예산실장, 프랑스 마른 라 발레대학 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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