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원전 수명연장 안해도 2025년까지 예비율 20% 넘어
사회적 비용 반영 요금개선...온실가스 로드맵 상충 지적
[에너지경제] 올 상반기에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된다. 7차전력수급계획은 2029년까지 15년간의 중장기 전력수급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으로 핵심 사항은 장기전력수요전망이다. 그러나 노후원전수명연장, 에너지믹스, 송전선로에 대한 주민 수용성 등 여러 문제가 민감하게 얽히다 보니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정도 늦춰진 것이다.
이에 국회예산처가 9일 발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사전평가’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를 폐로해도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계통연계 가능성이 낮은 설비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주요 쟁점 사항을 살펴봤다.
◇전력수급안전성- 보고서는 6차 전력계획에 포함된 17개 발전설비 1만5730MW의 준공이 지연될 예정이나 2025년까지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2021년 전후로 발전설비 준공이 집중되면 설비예비율이 높아져 발전설비의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6차 전력계획은 설비예비율을 22%로 설정했으나 계획기간 15년의 구간별 적정 설비예비율의 달성시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를 폐로해도 전력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가 가동이 중단 돼도 설비예비율이 2025년까지 20%를 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가 수급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송전설비계획의 적정성- 발전설비의 계통연계 지연도 검토대상이다. 신강원권 765kV는 2기의 원전과 4기의 석탄화력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송전할 계획으로 2019년 말 완공예정이다. 그러나 신고리-북경남구간의 건설기간이 지연된 사례에 비춰 신강원권 송전선의 건설지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만약 신강원권 765kV 송전선로의 준공이 2년 지연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전력수급은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예비율이 2015년부터 18%를 상회해 2020년 이후 발전설비 준공의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기 때문이다.
계통연계 가능성이 낮은 설비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할 것을 주문했다. 감사원이 계통연계 가능성을 재검토해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해당 설비를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6차 전력계획에 반영된 설비 중 계통연계 가능성이 낮은 설비는 동부 하슬라 1,2호기와 신고리 7,8호기이다.
◇전력수요의 변동성-전력수요 증가율 하락도 주목할 사항이다. 실제로 6차 전력계획의 전력수요 전망 대비 실적치가 낮아졌고 2013~2014년의 최대전력 추정치 대비 실적치가 낮아졌다. 발전설비 규모는 최대전력을 기준으로 설정하므로 최대전력이 낮아지면 필요 발전설비량이 줄어들 수 있다.
GDP 증가율 대비 전력소비 증가율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2012년까지 총 전력소비의 GDP 탄성치는 대부분 기간 동안 1보다 높았으나 2013년과 2014년에는 크게 하락해 2014년의 총 전력소비는 전년대비 0.6% 증가에 그쳤고 전력수요예측을 위한 주요 경제변수가 전력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GDP 증가율이 낮으면 전력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6차 전력계획은 2020년까지 4%대의 GDP 성장률을 가정했으나 최근 주요 경제기관은 경제성장률이 4%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 역시 검토사항이다.
또 6차 전력계획은 2027년까지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전기요금 상승을 가정했으나 전기요금 상승률이 계획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요금 상승률이 높으면 전력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요금 산정- 전기요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회적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기요금에는 송전비용과 원자력 발전의 안전규제비용, 발전용 유연탄에 대한 과세 및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5년부터 송전선로 주변지역 보상과 지원비용이 연간 3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고, 원전의 안전설비에 2015년 이후 7987억원을 투자될 예정이다. 또 유연탄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로 석탄화력은 연간 약 1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배출권거래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비용이 2020년까지 5000억원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지역자원시설세가 인상되면서 원자력 및 화력발전의 연간 추가비용이 약 126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즉 아직까지 이런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이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반영해 전기요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 주요국가와 비교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4번째로 가정용 전기요금은 3번째로 저렴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은 구매력 평가지수로 환산시 6번째로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신재생에너지 보급시장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태양광 발전의 설치비 하락으로 민간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가 크게 증가는 추세여서 재정지원보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은 여름철 전력 피크 기여도가 높아 태양광 비중이 높아질 경우 기저부하 발전기의 필요 설비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일본은 여름철 전력 피크시 태양광 발전의 비중을 37%로 계획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원가 변동도 고려사항이다.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17년에는 풍력 발전비용이 2022년에는 태양광 발전비용이 가스화력 발전비용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35년에는 육상풍력과 태양광이 석탄화력 발전비용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계획간 정합성-정부부처 상위계획과의 정합성도 고려해야 한다. 에너지관련 법정계획에서 상위 계획인 ‘녹색성장국가전략’에서는 효과적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6차 전력계획에서는 석탄화력 설비용량을 85% 늘리는 것으로 계획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설정한 2020년 기준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상반되는 것으로 상위계획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타 에너지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합성을 고려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상호보완관계인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과 ‘원자력연구개발계획’과의 관계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설비예비율 최소 15%-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목표하고 있는 설비예비율의 목표와 달성시점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목표 예비율을 22%로 설정했는데 이는 공급안정성을 위한 최소 예비율 15%와 수요전망의 오차로 7%를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계획기간인 15년 중 수요전망 오차는 후반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15년의 계획기간 중 전반기 5년의 목표 예비율은 최소 예비율 15%를 기준으로 공급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고 중반기에는 수요 오차와 설비준공 지연 등을 감안해 목표 예비율을 22%로 설정할 수 있다.
반면 보고서는 후반기 5년의 경우에는 10년 후의 발전설비 투자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발전설비기술의 발전 가능성이나 연료비의 변동 가능성을 감안할 때 목표 예비율 중 기저발전원에 대해서만 계획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저발전원과 피크부하조정용 발전기의 비중을 구분하고 발전원별 발전비용을 예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