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 부의장이 기후변화대응도 기업 구성원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동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의장의 발언은 13일 민간 기관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안병옥 소장)가 주최한 ‘포스트 2020 국가 감축목표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안’토론회(이하 ‘토론회’)가 개최된 직후에 나와 주목을 받았다.
에너지와 환경 분야가 물과 기름과 같이 말조차 섞지 않는 국내 현실에서 이 부의장의 발언은 울림이 컸다.
환경론자를 자극하며 에너지 업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펼친 건 아니다 오히려 이 부의장은 긴 여운을 남겼다.
"환경론자들이 말하는 감축이 의무적이니 이행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기업들을 움직인다면 효과적인 한 방법이 되겠죠."
토론회에 참석한 에너지 업계에 몸 담은 경력이 있는 인사는 이 부의장이 유일했다.
당초 참석하기로 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주로 환경계 인사들이 참여한 토론회에선 "에너지 업계 인사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말이 테이프에 녹음된 듯 여지없이 반복됐다.
주제 토론회 때 "온실가스 저감책으로 여러 방법이 있지만 원자력 발전은 논외로 한다"는 말도 변함없이 들렸다.
여전히 원자력이 주력 에너지정책인 우리나라에서 그 발언은 에너지 업계 관계자에겐 무척 자극적이었지만 이 부의장은 별 반응이 없었다. 대신 ‘경제학자’로서 객관적인 현실만을 이야기했다.
"2℃ 목표를 위해 과학은 화석에너지의 조기퇴진, 무탄소에너지 시스템의 장착, 에너지생산성 혁명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시장현실은 다릅니다. 경제성장과 석탄가격 하락에 힘입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오히려 증가했고 에너지 투자는 화석에너지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부의장은 현재의 에너지 투자의 절반 이상이 비화석에너지 부문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투자이동의 과반은 개도국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화석에너지’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두 종류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개도국이 현재의 에너지원 절반 이상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에서 얻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기업들이 투자하는 이유는 보조금 때문입니다."
이 부의장은 신재생에너지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밝히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향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2008년 유럽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다. 중국도 구조조정을 이유로 작년에 10GW 설치하기로 한 태양광발전시설도 불과 3GW만 설치했다. 인도도 최근 100조 원을 유치해 태양광발전의 그리드 패러티를 석탄화력발전 수준으로 떨어트리겠다는 야망을 밝혔지만 미국 중국 일본의 투자가 전제다.
작금의 현실을 종합한다면 신재생에너지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한 기후변화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 부의장은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적나라하게 밝히기 보다는 기술 제약 없는 즉각적인 행동을 강조했다. 포스트 2020(신기후 체제)가 성공하려면 기후정책과 경제발전정책이 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글로벌 감축을 위해 정책과 기술이 관건입니다. 감축행동과 기술에 제약이 없을 때 2100년 감축 비용은 글로벌 GDP의 4% 정도입니다 하지만 감축행동이 지연되면 감축비용이 4%를 초과합니다."
특정 주장의 묵수가 아닌 즉각적인 행동이 기후변화대응에 가장 필요한 일임은 글로벌 환경론자 사이에서도 이견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