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극 대표극단 3곳 출사표
대표적인 극단들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2015년 연극의 축제가 시작됐다. (재)국립극단은 2015년 기획의 주제를 ‘해방과 구속’으로 정했다. 첫 작품은 김광림 작·연출의 ‘슬픈 인연’이다. 한국연극의 여울목마다 투철한 예술혼과 소명의식으로 무대를 지켜온 극단 실험극장은 55주년을 기념해 연극 ‘다우트’를 준비했다. 11주년을 맞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10주년 퍼레이드에서 최고의 히트를 친 ‘유도소년’을 재개막했다.
◇ (재)국립극단의 ‘슬픈 인연’
▲슬픈인연=원망·죄의식 등 저마다의 아픔…명품 배우들 따뜻한 위로 전해
[에너지경제 박진우 기자] (재)국립극단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시점에서 ‘해방’을 자축하는 동시에 구속을 경계하자는 취지의 레파토리를 준비했다. 정치와 역사의 관점과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해방’의 의미를 새롭게 규명해보면서 동시에 지금 우리가 또 다시 어떤 것에 구속되어 있는지를 생각하자는 취지다.
그 첫 작품은 연극 ‘슬픈 인연’(연출 김광림). 주인공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로 인한 죄의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이루는 이야기다. 강신일 방은진 남기애 최용민 이정은. 한국연극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모여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죄의식에 갇혀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주인공 백윤석(강신일)과 그에게서 한 번도 살가운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의 처 김순임(이정은), 그리고 백윤석의 첫사랑 박혜숙(방은진, 남기애)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과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통해 억압과 구속에 맞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 언뜻 낭만적으로도 비춰지는 풍경 속에는 지난날의 격정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극복해야 하는 과거이지만 또한 그들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날, 자신을 옭죄던 과거에서 마침내 자유를 얻은 자의 인간미를 증명해 보이며 지나온 시대와 지금 시대를 감싸 안는다.
김광림 연출은 1978년 연우무대 창립 동인으로 활동하며 ‘아침에는 늘 혼자에요’로 데뷔했다. 남북 분단문제를 다룬 ‘사랑을 찾아서’, 구한말의 아픈 역사를 음악극 형식으로 풀어낸 뮤지컬 ‘명성황후’,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해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날 보러 와요’ 등 많은 히트작이 있다. 2002넌 극단 우투리를 창립해 최근까지 우리 연희전통을 현대적으로 무대화하는 작업에 몰두해 오고 있다.
김광림 연출은 “이 작품은 사회와 시대로부터 개인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 끝없는 고난과 갈등의 사회를 살고 있는 모두에게 따뜻한 감성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명품 배우들로 인해 이루어졌다.
특히 작품의 마지막에 열리는 ‘김순임을 위한 월요밴드 콘서트’는 백미다. 배우들은 직접 색소폰, 하모니카, 비올라, 첼로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이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앙상블은 관객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던 상처를 힐링의 순간을 선사한다.
슬픈인연, 만 16세 이상, 110분, 3월20일~4월5일, 명동예술극장
▲슬픈 인연에서 열연하는 명품배우들. 왼쪽부터 방은진 강신일 최용민 남기애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