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상영돼 파란을 일으켰던 <The day after tomorrow>의 헤드카피다. 한국에는 <투모로우>로 소개된. 이 영화, 볼거리가 많아 눈귀는 즐겁지만 뒷맛은 몹시 쓰다.
내용? 아주 단순하다. 인간이 조금 더 편하게 살겠다고 대책 없이 방기(放棄)한 온실가스가 지구를 데워 빙하를 녹이고, 녹은 빙하가 해류의 흐름을 바꿔 신 빙하시대로 회귀시킨다는 것이다.
하나 더, <일본침몰>. 소설을 각색해 제작한 이 영화 역시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정면에서 다뤘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된 다량의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생성시켜 그것이 윤활유 작용을 통해 태평양 지각에 변동을 일으켜 일본열도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게 줄거리다.
# 지구온난화를 다룬 영화의 공통점은 암울하다는 것. 영화를 뭉뚱그릴 수 있는 단어도 멸망이나 재앙 파괴 따위로 그로테스크하다. 이에 맞서는 인간, 존재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무력하다. 주제? 뭐, 있겠는가. 재앙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라는 것 이외에.
정말, 이렇게 될까? 아무도 모른다. 미래의 일이라 개연성을 가지고 다만 예측할 뿐이다. 재앙의 징후는 지구 곳곳에서 홍수와 가뭄 해일 폭염 폭설 등 다양한 형태로 빈발하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미 끝난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생각보다 빠르게 닫히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것이리라.
# 지구를 덥혀 기후를 변화시키는 원인자는 온실가스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가 타면서 내는 가스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의 매연 등 각종 불활성 기체가 주범이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이산화질소(N2O) 과불화탄소(HFCs) 수소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은 유엔이 정한 온실가스다. 이 가스가 대기권에서 지구가 일정한 기온을 유지키 위해 방출해야 하는 열을 붙잡아 지표면으로 다시 배출해 기온을 높이는 것이다.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대기의 평균 온도는 1906년부터 2005년까지 100년 동안 0.74℃, 2100년이면 낮게는 0.7℃ 높게는 5.1℃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했고, 어김없이 현실이 됐다.
한국? 물론 예외가 아니다. 1908년부터 1998년까지 100년 동안 연평균 기온이 약 1℃ 상승했다. 해수 온도도 상승 추세다. 수치적으로 전체의 약 2%(2012년 기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세계 9위다. 1990년 보다 거의 두 배 증가했다.
과연, 어떻게 줄일 것인가.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공동이행체제(Joint Implement)로, 선진국 A국이 선진국 B국에 투자해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분을 A국의 감축실적으로 인정해 감축하자는 것. 또 하나는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은 선진국인 A국이 개발도상국 B국에 투자해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 실적에 반영해 선진국은 비용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개도국은 기술적·경제 지원을 얻도록 한다는 것. 마지막은 배출권거래제(ET-Emission Trading)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국가들에 배출쿼터를 부여한 후 동 국가간 배출쿼터의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사는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차별화된 감축목표를 부과해 이행실적에 따라 탄소세 부과 등 무역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강제하지 않고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서다.(우리나라는 올해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 현재 61억명인 인구는 2050년에는 93억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사는 동안 먹고 살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하고,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사실. 구조적으로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방출할 수밖에 없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혹시 모른다. 어느 시점, 지구의 자정능력을 넘어서는 그 날, 영화는 현실이 될 지......
아직, <투모로우>나 <일본침몰> 혹은 동류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보시라. 지구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도 가해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