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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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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국계 완성차 생산기지로 전락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8.10 14:53

한국지엠 · 르노삼성 등 주력모델 잇단 수입 판매

[에너지경제 김양혁 기자]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국내 외국계 완성차 기업이 주력 모델을 수입 판매하기로 잇따라 결정하자 한국이 이들 업체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지난달 31일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수입 판매하기로 하고, 사전계약을 시행했다. 이 회사는 임팔라의 수입 판매 확정 이전에 쉐보레 카마로 모델을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해 왔지만 판매량이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쉐보레의 주력 라인업 중 하나인 임팔라가 한국지엠의 본격적인 수입 판매의 주축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 수입될 임팔라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들여온다. 임팔라는 외국에서 수입되지만, 국내에서 국산차로 판매될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이와 비슷하게 스페인에서 수입한 QM3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월 평균 2200여대가 팔려나가 올 상반기에만 1만155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3월에는 최상위급 모델인 RE 시그니처 트림까지 추가해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 맞불을 놓고 있다. 이처럼 르노삼성의 수입 판매 전략이 맞아 들어가면서 업계 일각에선 르노삼성의 중형세단 탈리스만과 미니밴 에스빠스의 수입 판매도 추진할 것이란 주장이 흘러나온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사실은 없다"면서도 "추후 고객의 수요와 요구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차기 수입 판매 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외국계 완성차 기업들의 수입 모델 도입은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국내 산업을 생각해 보면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이들 업체가 주력 모델들을 수입 판매하면서 국내공장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당 업체들의 차량 개발능력이 떨어져 결국 한국이 본사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란 주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들 업체의 수입 판매는 수입차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과 ‘아킬렌스건’으로 꼽히는 보증수리 기간 이후의 유지비용 등의 단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들 차종이 들어오는 것을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들 차종이 결국 수입산인지 국산차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모호한 경계에 서게 될 것"이라며 "수입 판매를 확대하다 보면 이들 업체는 결국 기술개발(R&D)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결국 한국이 이들의 모회사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R&D 연구소에 2000여명 이상 근무 중이며 본사와 협업 아래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수입 판매되는 물량도 수출량에 비하면 그리 많은 양도 아니므로 우려하는 것 같이 생산기지로 전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12년 당시 회사 경영사정 악화와 신차 부재 등 악재를 타개할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QM3의 수입 판매였다"고 수입 판매 배경을 설명했다. 어려움 끝에 내린 ‘극약 처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QM3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둠과 동시에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등을 통해 경영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공장 가동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국내 R&D 연구소에만 1000여명 이상 근무 중이며 내년 상반기 출시될 새로운 중형세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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