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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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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직업 인정받고 행복을 배달해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08.31 10:27

배민라이더스 오성용·김정도씨

▲배민라이더스 강남센터에서 한 배달원이 배달에 나서고 있다. 김동규 기자


[에너지경제 김동규 기자] ‘우아한청년들’의 배민라이더스는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통해 주문한 고객들 중 송파·강남의 일부 지역에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 업체로 개업한 지 근 한 달째를 맞고 있다. 민트색 셔츠와 오토바이가 배민라이더스의 배달원을 멀리서도 구별해 준다. 최근 문을 연 배민라이더스 강남센터에서 배달원 2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성용(30)씨는 7년차 배달원이다. 올해 채용사이트를 보다가 배민라이더스 공고를 보고 지원해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해 라이더가 됐다. 오씨는 송파에 있는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제대로’ 면접이 진행돼 꽤나 놀랐다고 한다. "대부분의 배달원 채용과 달리 마치 대기업 면접 보듯이 3명의 면접관이 정식으로 면접을 진행해 상당히 놀랐다."

오씨는 이전과 달리 자신의 배달업이 정식 직업으로 인정받아 더 큰 ‘사명감’이 든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10시간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건당 보수를 받지 않고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배달 한 건당 얼마를 받던 방식에서는 무조건 많이 배달해야 한다는 강박에 때로는 무리해 위험하게 다녔던 적도 있는데, 월급으로 임금을 받다 보니 배달 서비스의 질도 더 높일 수 있는 거 같다."

김정도(35)씨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라이더다. 전자공학을 전공해 국내 유수의 보안업체에서 8년 동안 일하다가 배달원이 됐다. 그는 한 TV프로그램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강연을 보고 배달의민족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중 배민라이더스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배달 일은 고객과 소통을 통해 ‘행복’을 전하는 거 같다. 이전 회사에 비해 답답하거나 그런 것이 많이 없어 참 만족한다.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이 습관같이 됐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일까. 오성용씨는 "한 번은 예상시간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 고객에게 앱을 통해 문자로 일찍 와서 집 앞에 음식을 두고 갔으니 식기 전에 드시라는 말을 사진과 함께 남긴 적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너무 고마움을 표한 고객이 있었다"며 "고객이 문자로 고마움을 나타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씨는 핸드폰으로 당시의 문자를 직접 보여줬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오성용씨(사진 왼쪽)가 다른 라이더들과 함께 오토바이에서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라이더들은 애로사항도 털어 놓았다. 김정도씨는 "이륜차를 도로에서 일반 차량들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며 "마구 경적을 울리고 일부러 오토바이에 가까이 붙거나 길을 비켜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성용씨는 "원래 이륜차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에서 내려 끌고 건너야 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해서 누가 뭐래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고 말했다.

우아한청년들의 배민라이더스는 현재 23명의 라이더가 정식으로 근무를 하고,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예정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사업도 사업이지만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우리나라의 배달문화에 대한 이미지를 한 번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도곡동 일대에 소나기가 내렸다. 라이더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개인 사물함이 있는 방에서 주섬주섬 우의를 찾아 몸에 걸치고 센터 밖에 있는 민트색 오토바이로 걸어 나갔다. 이들의 표정은 인터뷰가 진행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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