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에서 아이를 안고 가는 난민 남성의 발을 걸어 넘어뜨려서 촬영을 한 헝가리N1TV의 여성 카메라 기자 페트라 라슬로의 ‘비열한 행동’이 있었다면, 생방송 도중 눈 앞에서 쓰러진 만삭의 10대 난민여성을 위해 직접 구조활동을 벌인 미국 NBC방송의 종군 기자 리처드 엥겔 기자의 ‘정의로운 행동’이 있었다.
◇ 난민 넘어뜨린 후에도 계속 촬영한 헝가리 N1TV 방송 여기자
▲도망가는 난민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헝가리 카메라우먼. <가디언 캡쳐> |
또 아이와 함께 넘어진 남자가 거세게 항의했지만 라슬로는 그 장면도 계속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슬로는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수백 명의 난민들이 저지선을 뚫고 내 쪽으로 달려와 무서웠다"며 "단지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고 느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특히 자신도 아이의 엄마라는 점을 강조하며 깊이 사죄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치적 마녀 사냥을 당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해 비난을 샀다.
▲도망가는 난민 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헝가리 카메라우먼. <연합뉴스 화면 캡처> |
파문이 확산하자 N1TV 보도국장은 라슬로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해 해고했다며, 홈페이지를 통해 "라슬로의 고용이 오늘자로 종료됐으며 이번 사건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자에 발길에 넘어진 남자는 시리아 축구감독으로 알려져 가족과 함께 스페인에 정착하게 됐다. 스페인 국립 축구코치트레이닝센터는 오사마 압둘 무센이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일자리와 숙박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디언은 N1TV는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성향의 요비크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 만삭의 난민 여성 실신에 긴급구호 나선 미 NBC방송 종군 기자
▲미국 NBC방송의 리처드 엥겔 기자. |
이에 반해 미국 NBC방송의 리처드 엥겔 기자는 헝가리 국경지역에서 난민 사태를 생방송 중 만삭의 난민 여성이 자기 앞에서 실신하자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 구조 활동을 벌였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종군 기자로 유명한 엥겔 기자가 헝가리 국경지역에서 난민사태를 취재하며 방송을 막 시작한 순간 그의 앞을 지나던 만삭의 10대 난민 여성이 실신해 쓰러졌다.
당시 헝가리 국경지역에서는 국경에 진입하려는 난민들을 저지하기 위해 헝가리 경찰이 최루탄과 살수포를 발사하고 있던 중이었다.
만삭 난민을 구조하기 위해 달려간 엥겔은 "이 여성이 바로 내 앞에서 실신했어요. 그녀는 숨을 쉬고 있고 깨어나고 있습니다"라고 외쳤고 이 장면은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그는 이어 난민 여성의 머리를 고정시켜 숨쉬는 것을 돕는 한편 구조 요원들과 함께 서둘러 그녀를 임시 텐트로 옮겨 치료받도록 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만삭의 10대 여성을 긴급구호하고 있는 모습. |
◇ 우리안에 내재된 '난민'을 대하는 자세는 어느 쪽일까
해외에서 난민의 인권이 무시되는 영상을 보면 우리는 분노한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 있는 난민들의 인권에는 냉담하다. 난민에 대한 실상은 알리고 있지만 아는 사람도, 또 알려고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다.
두 기자의 행동 중 우리가 난민을 대하는 행동은 과연 헝가리 여기자쪽일까요, 아님 미국 종군기자의 마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