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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자원 순환의 동력 '기술표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5.10.05 10:00

이동욱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이동욱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국립현대미술관 현관에 들어서면 ‘다다익선’이라 명명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자미술의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으로 버려진 TV를 재활용한 작품이다.

미국의 스페이스엑스사(Space-X)는 우주탐사비용을 낮추기 위해 로켓엔진 재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천재기업가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설립한 민간회사로 전문가들은 로켓 재활용에 따라 상업용 로켓산업이 달렸다고 보고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쓰는 재활용은 예술작품에서 우주로켓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재활용은 천연자원의 사용을 억제하고 사용이 종료된 제품이나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여 최대한 회수해 사용하는 것으로 자원순환의 일환이다.

자원소비에서 자원순환으로 가는 패러다임 전환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특히, 재활용 산업기술 촉진과 상용화를 목적으로 1997년도부터 품질표준에 따라 제품을 인증하는 우수재활용제품인증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재활용 기술개발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인식을 개선해 판로지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재활용 제품에 대한 명맥이 이어온 지 18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재활용의 굴레는 여전하다. 우리 사회가 분리수거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잘하고 있지만 원료가 쓰레기라는 딱지가 붙은 탓에 재활용 제품사용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표준화와 인증도입을 시도한 것은 이런 인식개선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소망으로 시작되었다.

인증제도 초기에는 재활용 기업과 표준 때문에 갈등이 빚어졌다. 잘 판매하고 있는데 굳이 인증이 필요하냐? 성능을 규정하는 표준은 기업의 활동을 제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득과 논의는 멈추지 않았다.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은 이해당사자간에 합의가 되어야 표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진통 끝에 태어난 표준은 기업에게 투명성과 객관화를 체험하게 하고 신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재활용 표준제정과정에는 산·학·연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한다.

폐기물관리법, 재활용촉진법 등 폐기물에 관련된 법령이 검토되고, 이후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논의된다. 또한, 다른 표준과는 달리 재활용표준에는 반드시 폐기물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재활용율이 들어간다. 단순가공품, 재자원화가 어려운 품목은 포함하지 않고 이차 환경오염이 없는 품목만 엄선하여 실시하고 있다. 자원재활용의 요소가 포함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에는 세계최초의 기술도 있고 재활용 가치가 높은 것도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석탄재(Flyash)는 점토벽돌의 원료로 들어가고, 바닷가에 버려진 폐각더미는 토양개량제로 또, 폐인조 대리석은 아크릴과 세라믹 원료로 재탄생했다. 2013년 대구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 사우디 국영기업 라벡은 석탄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현재 석탄재는 대부분 점토벽돌의 원료로 쓰인다. 표준화가 이룬 성과다.

비디오 아트와 로켓 상용화의 예처럼, 재활용은 우리가 모르는 곳곳에 내재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이를 산업화 하는 문제는 더욱 현실적이다.

재활용에 대한 과거의 인식을 벗어나, 우수한 재활용 제품에 대한 신인도와 경쟁력을 제고하여 소비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도록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표준화가 지속적으로 시도 되어야 한다.

결국, 자원 재활용 제품의 뼈대가 되는 표준화와 인증을 통해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전환과 만족도향상에 자원순환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20여 년간 자원순환으로의 구조전이 과정을 거치며 정부와 기업들이 국민들의 소비자 인식을 많이 바꾸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향후 기술표준의 큰 동력에 힘입어 자원순환을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정책적 목표가 큰 성과를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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