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1위인 일본과 손잡고 높은 수입가를 낮추는 데 힘을 합하기로 했다. 사진은 LNG 수송선이 항해하는 모습. |
한국과 일본의 LNG 구매율은 세계시장의 약 50%로 막강하지만 구매단가는 가장 비싸다.
지난 2일 한일정상회담에서 한일 양국은 협력을 강화해 판매자 위주의 경직된 계약관행을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LNG 수급위기 공동 대응, 동북아 LNG 허브 구축, 인프라 공동활용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한국이 수입하는 LNG 가격은 미국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2~3배 수준이다. 미국은 자국에서 셰일가스를 생산하기 때문에 공급면에서 우위에 있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LNG시장의 최대 수요처다. 이들의 LNG 구매 비중은 무려 세계 수요의 약 50%에 달한다.
영국의 석유회사인 BP가 내놓은 2012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4개국의 LNG 수입량은 일본 106.95Bcm(Bcm = billion cubic meter), 한국 49.31Bcm, 중국 16.62Bcm, 대만 16.31Bcm였다. 유럽의 LNG 총 구매량인 72Bcm은 일본의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1Bcm은 10억 입방미터를 뜻하는 천연가스 측정 단위로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km 면적이다.
이처럼 동북아 4개국은 최다 물량을 구매하는 LNG시장의 주요 고객이지만 단가를 할인 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비싸게 LNG를 구매해 왔다.
한국과 일본이 LNG를 가장 많이 구매하면서도 가장 높은 단가를 지불하는 이유는 높은 LNG 의존도에 있다.
미국은 자국 천연가스 거래 가격인 헨리허브 지표와 캐나다 PNG 수입단가를 통해 LNG 수입단가를 조절하고 있다. 또 자국에서 셰일가스가 생산되기 때문에 천연가스 거래 시 가격협상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럽은 영국의 NBP, 독일의 BEB, 네덜란드의 TTF, 벨기에의 Zeebrugge 등 다양한 거래가격을 두고 있으며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로부터 PNG를 공급받고 있어 LNG 단가 조절이 용이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로부터 PNG를 공급받는 중국과는 달리 모두 천연가스 공급을 100% LNG에 의존하고 있다.
PNG는 가스 파이프를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수송비가 절감되는 반면 LNG는 액화시켜 수송선으로 옮긴 뒤 다시 기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해 PNG보다 단가가 높게 형성된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천연가스가 없기 때문에 가격협상에서도 불리하다.
한편 LNG를 들여오는 방식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보통 장기계약과 단기 스팟 계약의 형태로 LNG가 수입되는데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리 장기계약으로 선매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LNG 가격 낙폭이 반영된 단기 계약에 비해 장기계약에서는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는 비싸게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LNG 장기계약도 LNG 가격상승에 한 요인이 되는데 현재 장기계약과 단기 스팟 계약 비중은 약 9 대 1 정도가 되는 걸로 안다"며 "장기계약의 경우 유가와 연동해 LNG 가격에 영향을 미치므로 유가가 구매시점보다 상승할 때는 LNG 가격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한 관계자는 "생산국과 수입국은 입장이 같을 수 가 없으므로 우리도 가스가 생산이 된다면 LNG 도입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러시아를 통해 PNG를 공급받고 있고 자국 생산도 하고 있어 일본이나 한국의 비해 저렴하게 LNG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LNG허브를 조성하자" 목소리 높아져-동북아와 미국, 유럽 간의 단가 차이가 더욱 벌어지자 최근에는 동북아에 LNG 거래시스템, 즉 LNG 허브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허브는 현물(스팟)거래 용도이기 때문에 중장기 직접거래가 많은 동북아에 별로 필요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상황만 고려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천연가스 공급물량과 수요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10년 후를 내다본다면 필연적으로 동북아에 LNG허브가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스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셰일가스 혁명의 발원지인 미국은 이르면 2016년부터 LNG를 수출할 예정이다. 최근 가스부국으로 급성장한 동아프리카의 모잠비크와 탄자니아도 2020년부터 LNG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은 장기간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100% 자주생산량을 확보함에 수출 국가가 됐다.
하지만 동북아는 중국의 엄청난 수요잠재력과 일본의 원전 폐기정책, 한국의 LNG 발전 증가 등의 요인을 놓고 볼 때 천연가스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천연가스 공급은 동북아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지정학적으로는 한국이 아시아의 LNG허브로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지역적으로 LNG 수요가 가장 많은 동북아의 중심에 있고 태평양을 끼고 있어 북미 물량을 받기 쉬우며 북한을 경유해야 하지만 대륙과도 연결돼 있고 상대적으로 지진발생 위험이 적은 편이다.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북미대륙 태평양 연안에 천연가스(LNG) 액화설비플랜트를 설립해야 한다. 셰일가스 시대를 맞아 현지에 생산기지를 설립해 도입단가를 낮추고 초기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스공사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우리가 가스 생산이 안되니까 어려운 면이 있지만 향후 러시아를 통해서 PNG가 들어오는 등 가스 물량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면 동북아 LNG 허브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며 "작년 말 수입 총계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LNG 구매단가는 톤당 840달러로 이번 한일 정상회담 LNG 협력을 통해 LNG 구매단가가 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