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현 교수/남서울대(보건행정학) |
중국이 개방되자마자 조선족의 건강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 연길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인의 건강상태는 표면적으로 한국에 비하여 그리 좋지 못했다.
중국인의 평균수명은 60대에 불과했고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에 사는 조선족들은 호흡기 질환자가 많았는데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긴 겨울 동안 난방용으로 쓰는 유연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이로 인한 스모그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조사를 마쳐갈 즈음 우리는 저녁을 초대받아 농가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식사를 준비한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찬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3대가 한 집에서 살면서 눈이 따가울 만큼 심한 연기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 연기는 부엌에서 조리와 난방을 위해서 태우는 유연탄과 화목에서 나오고 있었다.
더구나 중국 동북지역의 농가주택 구조는 추위로 혹독한 겨울에 조금이라도 열손실을 막기 위해서 부엌과 방이 벽으로 구분되지 않은 정방형의 구조로 되어 있다.
부엌에서 발생한 연기가 그대로 방안으로 전달되는 구조이다. 부엌과 방이 일체형인 집 구조와 방안의 연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생활습관이 결국 많은 사람들을 호흡기계 질환으로 고통을 받게 한 것이다.
당시 우리는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에 앞서서 연기가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도록 집안구조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적이 있다.
최근 들어 우리는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겨울 난방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이 공기가 장기간 정체라도 되면 서울하늘은 숨 쉬기가 겁날 만큼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악화되고 있다.
그 원인을 두고 흔히들 ‘중국발 미세먼지’로 표현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가 반문해보고 싶다.
최근 연구 조사에 의하면 2.5 마이크로미터의 초미세 먼지가 포함된 스모그의 50∼70%가 사실 우리가 내 뿜는 각종 차동차 매연과 석탄 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초미세먼지의 주범은 석탄 때는 화력발전소이고 여기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우리나라 에너지의 39%를 차지한다고 한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석탄발전소를 줄이려고 애쓰는 반면에 우리는 2021년까지 13개의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라 한다.
석탄 발전소는 가스 발전소에 비하여 가격이 저렴하고 원자력에 비하여 건설기간이 짧고 주민민원발생이 소지가 작을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가 민자 발전소 건립을 허용하면서 급속도록 증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던 시기에 런던형 스모그나 LA형 스모그로 인해 수만 명이 사망한 사례에서 보듯이 미세먼지로 인한 스모그는 침묵의 살인자가 되어 삶의 생태계를 서서히 무너뜨릴 수 있다.
중국의 농가 주택의 구조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지형은 마치 계란판처럼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곳에 대부분의 도시들이 소재하고 있다.
공기 흐름이 정체된 깔데기형 지형에 소재한 도시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급속히 발암물질로 칵테일화 된다면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4번째로 석탄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이 석탄의 대부분이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사용되어 지고 있으며 향후 이 수입량이 더 늘어간다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아닌 한국발 미세먼지가 동북아의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으로 치루어야 할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 지 경험한 중국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늦었지만 중국정부는 스모그와 전쟁을 선포하고 석탄을 사용하는 기업소를 줄이고 매연차량을 집중 단속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책과 더불어 한국발 미세먼지를 억제할 방안과 대책을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실있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