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에 따른 부담을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사진=REUTERS/연합뉴스) |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중앙은행들의 정책 목표는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고 민간에 돈을 풀도록 하는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4일 마이너스 금리가 개인 예금에도 적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유럽에서 시중은행들이 돈을 맡기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 중앙은행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에 따른 부담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0월 스위스의 중견은행 얼터너티브뱅크가 개인의 예금 금리를 ‘마이너스 0.125%’로 내린다고 발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자를 주는 대신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 은행은 사회공헌도가 높은 사업에 융자하는 독자적인 방침을 가지는 은행이기 때문에 고객 유출 걱정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유로권의 금융정책을 운영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그 후 단계적으로 마이너스 폭을 확대했다. 이후 유로권으로부터 돈이 흘러 들어와 자국통화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중앙은행이 ECB 이상의 마이너스 금리 폭을 설정하게 됐다.
영국 조사회사 오토노머스 리서치가 "ECB가 마이너스 폭을 0.2% 확대할 때마다 유로권의 은행 이익은 6% 감소한다"는 추산을 최근에 내놨다.
독일 동부의 한 중견은행은 2014년 11월 "현재의 금리 환경에서는 계좌 관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300만유로(약 40억원)를 초과하는 예금에는 마이너스 0.25%의 금리를 도입했다.
영국 HSBC나 미국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도 기업이나 기관투자가의 예금을 대상으로 잇따라 수수료를 도입했다. 다만, 많은 은행들이 예금 인출사태를 두려워해 부담을 전가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국민들의 저축이 많은 독일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시장을 불안정화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이유로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동안 일반적인 금융체계는 플러스 금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 가고 저축 대신 소비만을 하게 되면서 은행, 보험을 비롯해 기존의 금융기관들이 줄도산하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은행 시스템 위기를 가져와 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주택융자를 빌린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마이너스 금리도 등장했다. 0%에 가까운 초저금리가 주택투자를 후원하는 격이 돼 작년 상반기의 코펜하겐 시내의 공동주택 가격은 11% 상승했다. 스웨덴에서도 주택융자 건수가 급증하고 있어, 양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가계가 과도한 부채를 안을 우려가 있다"며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