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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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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인간을 넘어서다…과학계는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3.15 12:50

'현단계의 인공지능은 완전한 인간의 뇌와 거리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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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일찌감치 체스를 정복한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을 넘어설 수 없는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바둑계 최강자인 이세돌 9단과 맞붙은 ‘세기의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둑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도 경우의 수가 많은데다 전략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 단순한 계산에 의존하기보다는 직관, 상황 판단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

최초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은 1968년 개발됐지만, 15점이나 핸디캡(치수)을 두고서야 프로 바둑기사를 가까스로 이기는 정도였다.

그런데 알파고는 핸디캡 없이 이세돌과 마주한 대국에서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수를 잇달아 보여주며 결국 승리했다.

◇ 알파고, 인간 뇌의 신경망 본떴다…‘딥러닝’으로 날마다 발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알고리즘과 인간 뇌가 작동하는 신경망을 본떠 만든 ‘심층 신경망’ 기술을 결합해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은 경우의 수를 나무 구조로 병렬 배치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이며, 심층 신경망은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과 돌을 놓았을 때 승자를 예측하는 ‘가치망’으로 구성된다.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바탕으로 방대한 경우의 수에서 표본을 추출해 승률을 계산한다. 이어 심층 신경망을 활용해 최적의 한 수를 찾아내 돌을 둔다.

알파고는 자체 강화학습을 통해 하루하루 인간의 뇌를 닮아간다. 처음에는 주어진 데이터로만 반응했다가 ‘딥러닝’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능력까지 갖추는 것이다.

◇ 이미 생활 속에 깊숙이…"20∼30년 예상 뛰어넘는 일 벌어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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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IBM의 인공지능인 ‘닥터 왓슨’은 인간 의사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한다.

총 60만 건의 진단서와 200만 쪽의 전문서적, 150만 명의 환자 기록을 학습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주요 병원에 암 진단·치료법을 조언한다.

금융권에는 인공지능 자산관리서비스(로보어드바이저)가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할 종목을 정하고 수익률을 측정한다.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 고객 선호도가 높다.

이밖에 인공지능 로봇이 물류창고에서 짐을 나르는 작업을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하는 등 전자상거래,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되고 있다.

다만 현 단계의 인공지능은 완전한 인간의 뇌와는 거리가 멀다. 학습이 된 특정 종목에서만 뛰어날 뿐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작동하는 자아는 없기 때문이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등해지고, 2045년에는 인간 수준을 아예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 과학계는 ‘글쎄’…생명체만의 특징 기계가 가질 수 있을까?

그러나 과학계는 이런 전망에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과 대등한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인간의 뇌를 정복해야 하는데, 뇌에서 자의식을 형성하는 부문조차 아직 규명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인간을 더욱 구체적으로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해 인간을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알파고 같은 (자가학습)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하면 20∼30년 뒤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인간이 한 모든 행동을 기록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면 ‘미’(美)를 느낄 수는 없어도 인간이 아름답다고 보는 주관적인 관점과 선호도마저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 교수는 인공지능이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거나 굉장히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인간은 굉장히 분석적인 동시에 통합적이고,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인 존재"라며 "자기 자신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까지 고려해서 내리는 의사결정이나 창의성이 필요한 예술의 본질까지 인공지능이 넘보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국내 인공지능 1호 박사인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인공지능을 ‘약한’ 것과 ‘강한’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 내는 데 그친 것이고 강한 인공지능은 감정을 느끼는 자아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며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은 1950년대부터 있었지만, 생명체만의 특징을 기계가 가질 수 있는지, 알고리즘으로 이런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결국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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