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2만여 곳이다. 이중 석유, 가스, 전기, 에너지기자재 제조사 등 에너지기업으로 분류되는 회사는 847개사다. 본지 부설 한국2만기업연구소(소장 오일선)에서는 이들 에너지기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기업을 말한다>는 주제로 조사 분석 자료를 연재 중이다. 이번 호에는 제3편으로 ‘국내 에너지기업 상장사 중 개인별 주식평가액 현황’ 을 단독 게재한다. <편집자주>
국내 상장사 중 개별기업으로 따졌을 때 주식 부자 1위는 누구일까. 정답은 아모레G 지분을 다수 보유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다. 서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지난 10일 종가 기준>, 6조 2887억원으로 국내 최고다. 두 개 이상 되는 회사의 주식평가액까지 모두 합산하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1위다. 이 회장의 주식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합하면 11조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에너지기업 중 최고의 주식 부호(富豪)는 누굴까.
조사결과 ‘한국단자공업(이하 한국단자)’ 이창원 회장이 에너지기업 최고 주식 갑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299억 564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1936년생인 이창원 회장은 서울법대 출신으로, 한국단자 주식을 12.84%(보통주 기준, 133만 7000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에 종가 9만 7200원을 곱하면 1200억원이 넘는 평가액이 계산돼 나온다. 이 회장은 한국단자의 설립자이자 최대주주다.
한국단자은 전자 핵심부품인 커넥터를 생산하는 업체다. 자동차와 전자, LED 부문도 사업 영역이다. 자동차나 전자업종으로도 구분할 수 있지만, 금융감독원 업종별 기준상으로는 ‘전기회로 개폐, 보호 및 접속 장치 제조업’으로 분류된다. 크게 보면 에너지 관련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 범주에 포함된다. 이 회사는 작년 매출액만 해도 6053억원에 영업이익만 684억원을 냈다. 2014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은 9%, 영업이익은 13.6%나 상승했다. 성장성이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한국단자 이창원 회장 일가 지분가치 2431억원…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 일가도 1716억원 달해
▲이창원 한국단자공업 회장 |
넘버2는 씨에스윈드 최대주주 김성권 회장이다. 김 회장의 지분 가치는 1230억 5700만원 수준이었다. 주식 부자 1위와는 70억원 정도 차이가 났다. 당일 종가에 따라 에너지기업 주식 부호 왕좌가 얼마든지 뒤바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 |
4위는 한국단자 이창원 회장의 장남인 이원준 사장이다. 에너지기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식 부자 중에는 인천도시가스 이종훈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의 지분 가치는 526억 8587만원에 달했다. 이 회장은 인천도시가스 주식을 40.76%나 보유한 최대주주다.
6위는 삼천리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유상덕 삼탄 회장이다. 유 회장의 지분은 503억 894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평가 금액은 삼천리 이만득 회장 341억 7739만원(랭킹 11위), 삼천리 이은백 부사장 321억 1608만원(랭킹 12위)보다 더 많은 것이다. 이외에도 삼탄 유상덕 회장의 여동생인 유혜숙씨도 159억 406만원(랭킹 25위)의 주식평가액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삼탄 유 회장과 여동생이 갖고 있는 삼천리 주식은 16.28%다. 이는 현 삼천리를 이끌어가는 이만득 회장과 장조카인 이은백 부사장이 보유한 주식 비율 16.28%와 동일하다. 여기에는 삼천리 기업의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천리그룹은 이장균 회장과 유성연 회장이 공동 설립했다. 앞서 두 창업자 모두 타계한 이후 경영 2세대로 넘어오면서 지금의 삼천리와 삼탄으로 분리해 운영되고 있다. 삼천리는 이장균 회장의 차남 이만득 회장이 이끌어오고 있는 것. 삼탄은 유성연 회장의 아들 유상덕 회장이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실질적으로기업은 분리됐지만, 창업자의 동업 정신을 계승해 삼천리와 삼탄 계열사의 지분은 양쪽 모두 똑같이 보유하고 있다. 주식은 동일하게 보유하지만 경영은 분리하자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7위는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이다. 461억 5568만원 가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11.54%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대성그룹 창업자 故 김수근 회장의 차남이다. 창업자의 장남은 대성산업을 물려받은 김영대 회장이고, 3남은 대구도시가스(대성에너지)를 이끌어가는 김영훈 회장이다. 지분 가치만 놓고 보면 3남 김영훈 회장이 600억원으로 가장 높다. 다만 김 회장의 지분 평가액 중 상당수는 대성홀딩스에서 나와 에너지기업 주식 부자 상위 랭킹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김영대 회장은 동생 김영훈 회장보다 절반 이상 적은 230억원대에 그쳤다. 김영대 회장 역시 非에너지기업 대성합동지주 지분 평가액이 많았다.
8위는 미창석유 유재순 사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 사장의 주식평가액은 424억 778만원이다. 미창석유는 윤활유 제조업체다. 유 사장은 미창석유의 28.44%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유 사장의 배우자인 최명희씨도 10.50%나 되는 주식을 대량 보유해 156억 5224만원(랭킹 27위)으로 평가됐다.
9위는 피앤이솔루션 최대주주인 정대택 대표이사다. 정 대표이사는 34.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98억 2977만원으로 400억원대에 근접했다. 피앤이솔루션은 2차 전지 후공정 장비 및 원자력, 화력, 수력 등 발전소 신규 건립에 필요한 전원공급 장치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다. 전기자동차 솔루션 및 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제품 등도 생산하고 있다.
극동유화 장홍선 회장도 에너지기업 주식 갑부 ‘톱10’에 꼽혔다. 장 회장은 극동유화 주식 27.66%를 보유해 352억 9550만원의 지분 가치를 가지고 있다.
10위권 이후 중 관심을 끄는 주식 부자는 비츠로테크 장순상 회장이다. 장 회장의 지분 가치는 253억 2955만원으로 랭킹 14위. 또 장 회장은 같은 에너지기업인 비츠로셀에서도 226억 2277만원을 기록해 에너지기업 주식 부자 랭킹 15위에 랭크됐다. 두 회사 지분 가치를 합하면 장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479억원으로 껑충 뛴다.
◇ 에너지기업 개인주주 65개사 584명…100억원 넘는 주식 부자도 40명(6.8%) 포진
이번에 조사된 에너지기업 주식평가액 조사 결과 에너지기업 상장사 중 주식을 단 한 주라도 보유한 개인은 65개사 584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1000억 원 넘는 부호는 2명(0.3%)에 불과했고, 500~1000억원 미만도 4명(0.7%)에 그쳤다. 100~500억원 미만은 34명(5.8%)으로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인 주식 갑부가 에너지기업에 40명이나 된다.
50~100억원 미만은 24명(4.1%), 10~50억원 미만은 97명(16.6%), 5~10억원 미만 41명(7.0%)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 65.4%에 해당하는 382명은 5억원 미만이었다.
조사 대상 584명의 주식평가액은 1조 7699억원이었다. 동일 기업 내에서 100억원 이상인 주식 부자가 4명이나 되는 기업도 4곳이나 됐다. 한국단자, 씨에스윈드, 삼천리를 비롯해 예스코가 여기에 포함됐다.
도시가스 판매사인 예스코의 최고 주식 부자는 구자은(64년생) LS실트론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자의 동생 구두회 회장의 장남이다. 구 부회장은 예스코 지분 13.16%를 가진 최대주주다. 구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293억 46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143억 4879만원(랭킹30위),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 117억 5921만원(랭킹34위), 구자엽 LS전선 회장 101억 1049만원(랭킹39위)으로 조사됐다. 구은정 대표는 61년생으로 범LG일가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가진 주인공이다. 구 대표는 구두회 회장의 장녀이자 구자은 부회장의 누나이다. 참고로 구자은 부회장은 지주회사격인 LS에서 555억원, 에너지기업 가온전선에서 38억원으로 전체 합산 평가액은 886억원 수준이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 소장은 "세계적인 주식 부자 중에서는 에너지기업 출신 CEO나 임원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개별 기업으로 따져봤을 때 1조원 넘는 주식 거부(巨富)는 단 한 명도 없다"며 "매출액이 큰 정유업체 중 상장된 곳이 적고, 30대 그룹 오너 개인이 에너지기업 관련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에너지기업 상장사 개인별 주식평가액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조사는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보유 주식 현황(보통주 기준)을 파악한 후 지난 3월 10일 종가를 곱해 산정했다. 에너지기업 여부는 금융감독원의 업종분류 기준을 따랐다. 순위는 단일 기업별 주식평가액이 높은 순으로 매겼다. 순위 결정시 다른 에너지기업의 주식 지분과 비에너지기업에서 보유한 지분 가치 등은 따로 합산하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