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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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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세대교체 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3.17 07:57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최근 우리나라의 주택 임대시장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즉 과거의 임대시장의 주요 점유형태는 전세였으나 이제는 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택임대시장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은 인구구조의 고령화, 저출산 그리고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가구 분화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독거노인의 증가 그리고 30대 이하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위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지칭)의 증가 등은 주택이 매매라는 과거의 투자적 개념을 주거서비스라는 개념으로 중심 이동시키고 있다.

한편 임대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사실상 세대교체를 경험하고 있다. 1955~1963년 사이에 출생한 60대에 진입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6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세대의 주요 특징은 금융자산은 많지 않으며 가지고 있는 것은 집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노후 생활을 위해 기존 자산을 처분하거나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곧 도래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대부분이 자가 점유를 하고 있다. 아울러 1979~1992년 사이에 출생한 30대의 에코세대는 954만 명으로 2010년 기준으로 전체인구의 19.9%를 차지하면서 최근 주택시장의 새로운 실수요의 주요 연령층을 활발히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에코세대의 대부분은 임대인 전·월세(78%) 점유를 하고 있고 이 임대 중 대부분(47%)이 월세를 구성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주택수요의 주요 연령층인 에코세대를 중심으로 실수요적 주택매매와 주거서비스 수요가 주요 특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주택시장의 세대교체에 부응하는 민간임대시장의 선진화와 더불어 새로운 주택시장의 수요자 편익 구조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주택시장의 기본적 자가 진입이 아직도 과거의 공급위주 편익에 치중돼 있는 모습이다.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 연령층이었던 1980~1990년대는 절대적인 주택공급물량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일산 및 분당으로 대표되는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100만호 신규주택 공급 등이 활발히 이뤄졌다. 이러한 시기에 원활한 주택 공급이 가능했던 것은 분명 우리나라만이 가지는 선분양구조가 독특하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택공급자의 편익을 대표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가 선분양 제도다.

그러나 지금은 에코세대의 실수요적 주택수요가 강조되고 있는 시기고 주택보급률 또한 이미 100%를 상회하고 있는 시점이다. 주택시장의 세대교체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다세대와 빌라 그리고 오피스텔에 주로 인용되었던 ‘공실률’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아파트에도 적용되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을 수 있다. 세대교체 중인 현재의 주택시장에서 선분양제도는 견본주택, 모델하우스의 홍보관 및 모형도 등 실질적 주거와 관련 없는 비용을 수분양자에게 여전히 부담지우고 있다. 더 나아가 건설 중 자재의 부실시공이나 마감재 변경 등의 위험도 여전히 수분양자가 감당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에도 수요자 중심의 선택권이 강조돼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과거의 공급위주 주택시장 제도는 최근 주택시장의 세대교체라는 큰 물줄기의 흐름에 직면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세대교체는 수요자 편익이 강조되는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새로운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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