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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수난시대…지난해 문 닫은 업체 금융위기 이후 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3.18 11:29
헤지펀드 수난시대…지난해 문 닫은 업체 금융위기 이후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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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지난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운용실적이 악화돼 문을 닫은 헤지펀드가 2009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헤지펀드의 전체 자산은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현지시각) 헤지펀드 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청산 절차를 밟은 헤지펀드는 979개로 집계됐다"며 "이는 2014년의 864개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며 세계 금융위기가 진행된 2009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3분기에 신설된 헤지펀드는 269개였으나 4분기에 들어와서는 183개로 곤두박질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이처럼 펀드의 청산이 급증한 것은 운용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의 실적을 반영하는 HFRI 펀드 가중복합지수는 지난해 0.9% 하락한 가운데 유명 펀드들도 적지 않은 투자손실을 낼 정도였다. 루시더스 캐피털 파트너스는 환매 요구에 못 이겨 아예 청산을 선택했다.

헤지펀드 리서치의 케네스 하인즈 사장은 헤지펀드 고객들이 지난해 하반기에 시장 급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의식하고 부진한 운용실적을 참지 못하면서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헤지펀드에 들어온 신규 투자금의 80%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상위 20%에 속하는 대형 펀드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헤지펀드 업계의 사정은 밝지 않다.

이베스트먼트의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전체 자산은 지난 1월 647억 달러가 줄어들어 3조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3조달러선을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1월의 환매액도 2009년 이후 최악이었다.

2월은 통상적으로 헤지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시기지만 올해 2월에는 겨우 30억달러가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2월의 186억 달러에 비하면 대단히 초라한 수준이다.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은 2월에도 투자손실이 계속돼 200억 달러가 줄어든 2조9500억 달러로 추가 하락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헤지펀드 업계의 투자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서도 컴퓨터 모델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반면에 시장이 위 혹은 아래로 분명한 방향성을 보일 때 수익을 내는 시세추종형 헤지펀드와 원자재 전문펀드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JP모건은 헤지펀드의 잇따른 청산과 신설 펀드의 위축으로 업계의 경쟁이 약화된 것은 위기에서 생존한 펀드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의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은 펀드의 난립을 실적 부진의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

영국 리서치업계 프레킨(Preqin)은 "헤지펀드들이 2년째 대규모 실적 손실을 기록하면서 올해 자금 모집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불안감이 형성된 상태"라며 "작년보다 올해 투자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투자자들도 많아졌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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