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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기후변화는 사자도 죽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4.14 16:43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아침햇살] 기후변화는 사자도 죽인다

"만일 사자나 표범, 호랑이가 사라진다면?"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이 시시해 지지 않을까? 이들은 동물 왕국의 막강한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최상위포식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개체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포획 때문이다. 다음으로 심각한 것은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자를 살펴보자.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자를 불가사의한 힘이나 왕의 위엄으로 여겼다. 사자들의 수명은 10~14년 정도다. 이들은 전형적인 육식성 동물로 버팔로, 얼룩말, 임팔라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흥미롭게도 사자의 갈기는 기후에 따라 달라진다.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자는 작고 얇은 갈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추운 북쪽에 사는 사자는 열 손실을 막기 위해 풍성한 갈기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사자 갈기가 풍성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사자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아프리카에 만연하는 가뭄으로 인한 전염병 때문이다. 사자들에게는 디스템퍼(distemper)라는 전염병이 6~7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1994년과 2001년에 발생한 ‘디스템퍼’는 엄청난 사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버팔로들이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졌다. 그러면서 진드기 등 해충에 대거 감염됐다. 이것을 잡아먹은 사자 역시 해충에 감염됐다. ‘디스템퍼’ 바이러스와 해충에 동시에 감염되면서 많은 사자가 죽어갔다. 최근 또 다시 아프리카에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동물 관계자들은 가뭄이 사자들의 대량 죽음으로 연결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호랑이는 어떨까? 호랑이는 주로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신화에서는 호랑이가 단군신화에 나온다. 효와 보은의 동물로도 묘사되기도 한다. 그런데 호랑이도 기후변화로 최근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는 호랑이 서식지인 순다르반스(Sundarbans)가 있다. 이곳은 세계 최대 맹그로브 습지로 약 250여 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한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해안침식으로 순다르반스가 파괴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면 호랑이의 주 먹이인 악어, 물고기, 큰 게 등이 사라진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염분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나무들이 야위면서 호랑이 모습이 잘 드러난다, 값 비싼 호랑이를 노리는 밀렵꾼들에게 쉽게 노출되면서 호랑이가 사라지는 것이다.

표범 역시 기후변화의 희생자다. 이들은 사막, 습지, 숲, 바위지역에 산다. 이들 중 멸종위기에 빠진 것은 눈표범이다. 히말라야에 서식하는 눈표범은 수목 한계선이 끝나는 지점부터 설선(snow line)이 시작하는 지점 사이에 서식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따뜻해지고 습해지면서 수목한계선과 설선이 상승하고 있다.

눈표범은 어쩔 수 없이 고도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높은 고도에는 주먹이인 초식동물이 적다. 스라소니도 눈표범과 마찬가지다. 스라소니도 높은 고도에 위치한 산림이나 평원에 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온난화로 산위의 적설이 사라지면서 이들의 먹이인 눈토끼가 사라지고 있다. 먹을 것이 사라지면서 눈표범이나 스라소니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자, 호랑이, 표범 등은 동물 중에서는 적수가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이들을 무력화하고 있다. 질병, 서식지 파괴, 먹이사슬 파괴 등이다. 여기에 더해 사람들의 탐욕스런 무차별 사냥은 도를 넘고 있다. 이젠 "벌꿀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질 것이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떠올려야 한다. 사람은 동물들과 상생할 때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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