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스마트한 은행 스마트OTP

자행에선 원스톱, 타행 이용 땐 5∼6 단계
폰 교체시 은행 방문해 교체 신청해야
금융결제원, 7월 자행 수준 편의성 확보

▲타행에서 스마트OTP를 등록해 사용할 때는 5단계를 거쳐야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시형 기자] 편의성을 위해 도입된 스마트OTP(One Time Password)가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마트OTP는 지난해 11월 본격 도입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우체국 등 전 은행권에서 등록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OTP는 기존 보안카드에 비해 보안성이 뛰어나 자동응답(ARS) 문자메시지(SMS)등 추가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발급받은 은행에서 스마트폰뱅킹을 할 때 일일이 보안번호를 입력하는 번거로움 없이 갖다대기만 하면 돼 편의성이 뛰어나다.

신용카드 형태로 만들어져 휴대하기도 쉽다. 이름 그대로 스마트한 OTP다.

그러나 편리함은 여기까지다. 여러 은행에 계좌를 두고 사용하는 이용자에게는 가장 불편한 인증수단이 됐다.

OTP의 경우 한번 발급 받으면 ‘타행 등록’이라는 과정을 통해 전 금융권에서 ‘범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스마트OTP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문제는 일반 OTP와 달리 인증을 위해 2개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 4자리 PIN번호 입력과 6자리 보안번호 입력을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은행에서 발급받은 스마트OTP를 B은행에서 이용하려면 이용자는 먼저 B은행 뱅킹앱에서 PIN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번호는 스마트OTP 공용 앱에 입력하게 되는 4자리 번호다. 번호 입력 후 스마트OTP를 스마트폰에 갖다대면 다시 6자리 OTP인증번호가 나타난다.

이용자는 숫자 6자리를 다시 B은행 앱에 입력해야 금융거래를 이어갈 수 있다.

불편은 타행 이용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스마트OTP를 이용하는 동안 휴대전화를 교체하게 되면 발급 은행을 직접 찾아가 교체 신청을 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18개월로 짧아진만큼 은행 방문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이 계속되는데도 은행권에서는 스마트OTP에 대해 이렇다할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마트OTP가 출시됐긴 하지만 아직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가 많이 늘지 않고 있다"며 "도입 초기인데다 활성화 되지않아 아무래도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스마트OTP 도입을 추진한 금융결제원은 아직은 이용이 많이 불편하지만 올 7월경 새로운 앱을 출시해 최대한 편의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스마트OTP는 자행의 경우 앱과 연동해 생성된 인증번호를 서버로 직접 전송할 수 있지만 타행의 경우 해당 은행간 인증번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보니 지금과 같은 불편함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 7월경 금융결제원이 개입해 타행간 스마트OTP 인증번호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자행 수준의 편의성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시형 기자 meeloo@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