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해 하반기 시설투자는 75억6100만달러로 상반기보다 120%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전체 설비투자에 작년보다 15% 줄어든 110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낸드플래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인텔도 같은 기간 동안 61% 증가한 58억5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가 낸드플래시에 이같이 투자에 열을 올리는 배경은 D램 시장이 PC 수요 저하 등을 이유로 정체되고 있는 반면 낸드 플래시 시장규모는 IoT(사물인터넷) 도입 등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18년 낸드플래시 시장규모가 올해(317억달러) 보다 14.6% 늘어난 371억달러로 예측했다. D램 시장은 같은 기간 동안 478억달러에서 482억달러로 0.8% 증가에 그쳤다. 때문에 양사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을 두고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경쟁 업체들이 잇따라 낸드플래시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36단 중심의 3D 낸드플래시에서 올해 말부터는 48단 제품에 주력키로 했다. 일본 도시바는 적층 수를 늘려 시장 선점에 나서기로 했다. 3D 낸드플래시에 집중 투자한 결과 3분기부터 64단 적층 제품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은 중국 다롄 공장을 3D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으로 개조하는데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인텔은 연말 수율을 높여 ‘3D 크로스포인트’라는 뉴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크로스포인트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보다 1000배 빠르고 D램보다 10배 많은 용량을 갖출 수 있는 기술이다.
인텔의 목표는 IoT 시대가 다가오면서 스마트폰,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 관련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2010년 인피니언을 인수하면서 올해 초 출시된 통신칩 XMM7480을 다음 달에 나올 애플 아이폰7에 탑재되는 것은 인텔의 작은 부분이다. 오히려 아이폰 통신칩을 독점해온 퀄컴과 결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선도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48단 적층 구조의 3세대 V낸드플래시에서 연내 64단까지 적층하는 4세대 V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점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가절감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있는 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장악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보면 차이가 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만 2분기 영업이익이 2조6400억원을 거두며 SK하이닉스(4529억원 흑자)와 마이크론(2억1500만달러 적자)과의 격차를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엔 모바일과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지속적인 공정전환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며 "하반기엔 업계 유일의 48단 V-낸드 공급을 확대해 수익성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