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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엄마 마음을 훔쳐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8.17 18:39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아침햇살] 어머니들의 마음을 훔쳐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겨울에 가장 많이 팔리는 의류는?" 다음 보기를 보고 선택해 보기 바란다. 1번은 여성 모피, 2번은 패딩 의류, 3번은 아동복, 4번은 방한아웃도어다. 이 질문은 필자가 올해 초 KBS 아침마당의 ‘고급정보 열전’에 나가 출연자에게 했던 질문이다. 정답은 아동복으로 한 명만이 맞췄다. 우리나라 2015∼2016년 겨울은 온탕에서 냉탕으로 널뛰기를 했다. 12월까지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난리였다. 겨울 성수기 제품이 죽을 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1월에 접어들면서 강력한 혹한이 몰아 닥쳤다. 15년만의 강추위였다. 이때 어머니들이 백화점이나 의류매장에 나와 아동복을 대거 구입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은 추워도 되지만 내 자식만은 추워서는 안 된다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아동복 매장은 고가의 아동복을 앞쪽으로 디스플레이 했다. 어머니들은 이때 비싼 아동복도 흔쾌히 샀다. 고가의 아동복을 적기에 확보한 매장은 톡톡히 한파특수를 누렸다.

조조가 약 15만에 달하는 대군을 이끌고 유비를 공격하기 위해 형주로 쳐들어 왔다. 당시 형주의 성주였던 유종은 조조에게 겁을 먹고 항복해 버렸다. 신야전투와 박망파 전투에서 조조의 군대를 크게 깨트리고 번성으로 후퇴했던 유비에게 위기가 닥친 것이다. 번성은 조그만 성이라 도저히 조조의 대군을 맞서 싸울 수 없었다.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양양으로 병력을 옮길 것을 권한다. 이에 유비는 그날로 병력을 이끌고 양양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많은 형주 백성이 유비가 양양으로 이동한다고 하자 따라 나섰다. 백성의 숫자가 십 수만이었다고 한다. 노약자와 부녀자가 많았기에 하루에 십여 리 정도를 갈 뿐이었다고 삼국지 ‘선주전’에 기록돼 있다. 전술적으로 보면 유비의 행동은 미련한 짓이다. 백성과 함께 이동하면 바로 조조에게 붙잡히게 될 것이다. 유비의 병력으로 조조의 강병을 당해낼 수는 없다. 다 죽게 될 판국이다. 그럼에도 유비는 백성과 같이 살고 같이 죽겠다면서 양양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왜 형주의 백성은 유비를 따라 나섰을까? 대개 백성은 집안 어머니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들에게는 유비가 한나라 황실의 후손이라는 명분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유비가 조조보다는 자기들을 더 지켜주고 보살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집 버리고 땅 버리고 유비를 따라나서는 것이다. 어머니들의 마음을 훔친 유비는 결국 촉나라를 세우고 황제가 된다.

"어머니도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회사가 있다. 음향기기 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보스(Bose) 회사다. 보스 회사를 창립한 보스는 복잡한 오디오 장치를 누구나 쓸 수 있는 간편한 제품으로 만들었다. 보스가 분석해 보니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파수나 저항의 수치가 아니었다. 듣기에 좋은 음악을 잘 들을 수 있는 성능과 간단한 사용법이었다.

이들은 ‘전원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다. 작동을 어머니들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머니들에게 음향기기의 기술력과 주파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작동시킬 수 있느냐, 그리고 정말 음악소리는 ‘짱’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어머니들 마음을 훔친 보스 회사는 창립한 지 50년 만에 25억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네 기업들도 ‘어머니의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했으면 좋겠다. 기업 내부에 갇혀 자신이 보유한 기술에만 집중하는 태도에서 탈피하라는 것이다. "어머니들은 제품이 나오기까지 과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자신의 문제 해결에 쉽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만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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