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0일(토)
에너지경제 포토

천근영 기자

chun8848@ekn.kr

천근영 기자기자 기사모음




[천근영 칼럼] 한전을 위한 변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8.31 14:27
한전은 주주회사이자 국민기업이다. 주식회사이면서 공기업이라는 얘기다. 주주의 이익도 생각해야 하지만 그것이 국민들이 희생한 대가여서는 안 된다. 주주와 국민을 다 챙겨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여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한전은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지 않은 뭇매를 맞았다.

연 매출 59조원(2015년),당기순익 10조라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실적이 예상되는 우수한 기업임에도 국민들부터는 국민을 상대로 독점권을 행사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한 못된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로 인해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개편하라는 국민적 원성을 사기에 이르렀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이 한전이기에 다른 변명이 필요없다. 높은 영업이익이 발생할수록 진실로 주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함이 담긴 섬기는 경영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시장을 맡겨준 국민을 챙기는 자세도 부족했다.

누진제 보전으로 좀 줄겠지만 올해 역시 한전의 순익은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이익금으로 한전은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부채도 갚고, 재투자도 하게 된다. 한전이 3년째 낸 순익의 절반 정도를 부채 상환에 써 2년 동안 빚이 총 6조원이나 줄었다.

2014년 56조원이었던 부채는 현재 50조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부채가 50조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2018년까지 갚아야 하는 단기 부채도 10조원이 넘는다. 물론 한전의 부채는 93%에 불과해 재무적으로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자본 만큼의 부채는 상황에 따라 경영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은 얼마든지 잠재해 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어차피 누진제가 촉발시킨 전기요금 개편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손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전은 이 시점을 전기요금 큰 틀에서 전기요금 전반을 살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회원국 중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해 있다. 또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하는 수입국이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유난히 더운 올 여름을 기준으로 삼아 전기요금체계를 설정하는 것이 맞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너무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듯한 흐름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전이 작금의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경영 현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다.

올해 당기 순이익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그 실상을 국민 앞에 내놓고 국민으로부터 답을 구해야 한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데이터는 의미가 없다.

전력시장 지배권을 쥐고 있는 정부도 정치권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한전과 정부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여론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 전력기업으로서의 전문성을 살리는 중장단기적 대책을 가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한전은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해서 전력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높은 이익이 발생돼 전기요금체계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선택의 시기를 맞은 것이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