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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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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토끼’ 전기차, ‘거북이’ 지원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9.13 10:37

전기차 충전

▲충전 중인 한국 최초의 전기차 현대 블루온.

전기차 위상이나 필요성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 지원제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허덕인다. 탁상행정이란 비판에 그래서 나온다.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종 지정, 오락가락 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등을 둘러싼 혼선에서 현장성 결여가 확연히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창의성이 넘치는 혁신적 정책을 들고 나와야 전기차 보급 확산이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제주도 택시 업계는 전기택시가 보급되려면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테슬라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현재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테슬라 모델 S의 전지 용량은 70㎾h와 90㎾h, 모델 X는 75㎾h와 90㎾h이며 모두 완속충전기(7㎾h)로 완전 충전에 10시간 이상 걸려 환경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반면 보조금을 지원받는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다. BMW i3는 18.8kWh 전지 탑재에 160km 주행, SM3 Z.E.는 24kWh, 135km, 레이EV 16.4kWh, 139km, 쏘울EV 27kWh, 148km에 그친다. 이에 비해 테슬라 모델S는 85kWh의 전지를 탑재하고 최대 480km 주행이 가능하다. 택시업계는 그래서 테슬라의 전기차에 기대감이 크다. 택시는 쉼 없이 운행해야 이익이 나기 때문에 전기택시 보급에는 장거리 전기차가 필요하다.

제주도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A씨는"제주도 내 전기택시 운전자들은 빈번한 충전으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모델S를 택시로 쓸 생각이 있지만 보조금 혜택이 없어 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도에는 총 26대의 전기택시가 운행된다. 환경부와 제주도청이 전기차 보급 지원금으로 2100만원을 지원하고, 제주도청 교통안전과가 별도로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폭이 갑자기 상향된 대목 역시 전기차 보급 확산을 가로막는 요소다. 정부는 올해 120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을 예고했으나 정작 지급할 때는 1400만원으로 올렸다. 전기차 보급이 로드맵대로 되지 않아서다. 국회예산처가 9일 펴낸 2016년 국가 주요사업 집행점검 평가 보고서는 "정부가 2015년 6000대인 전기차를 2020년까지 25만대로 늘리겠다고 목표로 잡았지만 재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민간 부문의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느닷없는 보조금 상승은 역설적으로 전기차 구매시기를 늦추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찬진 전 한글과 컴퓨터 대표는 "매년 성능 좋고 가격 싼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은 지원 대수를 늘리고 보조금 크기를 줄이는 것이 정상"이라며 "정책이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미리 산 사람만 바보 됐다"고 비판했다.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입주민 협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주민자치회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규제의 효력을 발휘한다. 공동주택은 배전망 관리가 좋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가 일반주택보다 용이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테슬라 모델S가 현재 인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규제가 풀릴 것으로 보이며 모바일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통한 공동주택에서 전기차 충전난 해소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는 정부 노력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전향적인 정책이 더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은 "설령 전기료가 비싸더라도 환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가 도래해 전기차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정부가 이런 점을 고려해 혁신적 수준의 인센티브나 홍보 등 전향적인 전기차 정책을 내놓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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