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는 작용, 반작용 법칙이 있다. 외부에서 가한 힘과 같은 크기의 힘이 내부에서 가해진다는 법칙이다. 외부 압력이 심해질수록 내부에서도 같은 크기의 힘으로 이를 밀어낸다. 물리학의 이 법칙은 힘의 범주를 확장해 생각하면 전혀 다른 분야인 것 같은 사회현상에서도 보여질 때가 많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에서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8.25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며 정부는 시장을 누르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은 이에 질세라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8.25가계 대책을 발표한 그 주에도 청약 열기가 이어졌다. 지방의 한 아파트는 430가구 모집에 총 14만1953명이 접수하며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단지 중 최다 청약자를 기록했다.
8, 9월 거래량은 작년보다 늘어났고 청약 성적도 수십대 1을 기록하며 1순위에 마감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 인기는 더해지고, 신규분양 물량도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10월부터 집단 대출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지난 9월 30일 전국 25곳의 견본주택이 일제히 문을 열었다. 10월 분양예정 물량은 역대 최대치인 약 9만5000가구에 이른다. 특히 공공택지 공급량이 내년부터 줄어든다고 발표되자 동탄2신도시, 다산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량도 쏟아진다.
집값도 오르고 있다. 8.25 대책 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연중 최고치인 0.29%을 기록하더니 지난달 마지막주는 0.35% 오르면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지방도 0.02% 상승하며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누르면 누를수록 과열되는 모습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8.25대책이 발표됐을 때 정부가 누르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급량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전매제한 강화 등 실질적인 투기 수요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정책이 발표된 내용을 보고 부동산 시장을 부채질 하려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가 부랴부랴 후속조치를 내놨지만 이미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을 잡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그동안 공급됐던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내년 이후부터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가격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만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