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욱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세무전문위원. |
증여와 상속은 보완관계에 있다. 증여와 상속은 모두 부(副)의 무상이전(無償移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증여와 상속의 선택은 무상이전의 시기에 대한 선택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속시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만 증여를 통해 상속 이전(以前)으로 그 무상이전의 시기를 앞당겨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상속 전에 증여를 통해 무상이전이 이뤄졌을 때 단순히 증여세를 계산해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그 무상이전에 대한 납세의무가 완전히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증여 이후에 ‘일정한 기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이미 증여된 재산을 상속당시 피상속인의 재산에 가산해 상속세를 계산해야 한다.
‘일정한 기간’은 수증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데 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10년 이내의 증여가, 상속인 외의 자에 대한 증여는 5년 이내의 증여가 상속재산에 가산된다.
가족 중 상속인은 배우자와 자녀이며, 상속인이 아닌 가족의 예는 사위, 며느리와 손자들이다. 다만 증여했던 재산의 가치가 상속당시에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상속세 계산시 합산되는 증여재산은 증여당시의 재산가액으로 가산된다.
여세와 상속세의 적용에 있어서 과세표준과 세율은 동일하지만 세부담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과세대상범위의 차이와 공제 때문이다. 과세대상범위의 차이란 상속세는 피상속인(亡者)이 남겨주신 재산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증여세는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예를 들면 20억원을 증여 또는 상속으로 자녀 2명에게 10억원씩 줄 경우, 상속세는 20억원 전체에 대해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해 계산하지만 증여세는 자녀별로 각각 10억원에 대해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한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의 숫자만큼 낮은 세율을 여러 번 적용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상속보다는 증여가 구조적으로 세금이 작다.
하지만 10년(또는 5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당초 증여재산이 상속세로 재계산이 돼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부의 이전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증여가 빠를수록 좋으며, 사위와 며느리를 예뻐할수록 세부담이 줄어든다.
부의 무상이전에 있어 증여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무상이전자산의 규모에 따라서는 상속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증여와 상속은 공제금액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증자가 성년인 직계비속인 경우에는 5000만원, 미성년 직계비속인 경우에는 2000만원, 배우자인 경우에는 6억원이 공제된다. 상속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최소 5억원의 일괄공제가 적용된다.
그리고 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있으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 공제가 적용된다. 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최소 10억원까지는 상속세가 ‘0’이 된다. 피상속인의 재산이 10억원 전후라면 상속을 통해 받으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금계산상으로는 굳이 증여세를 내면서 증여받을 필요가 없다.
자산가에게 절세의 기본은 소비다.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쓰는 재미도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충분히 아꼈다면 절세를 위해, 나를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굳이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증여하는 행복을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