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신호).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3명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김영식)는 18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의 성장 과정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적, 개인적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만큼 형사 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면제 등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국가 안보와 관련성이 있다고 해서 소수자의 논리를 외면하고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채 입영거부에 대한 책임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종교적 이유로 총을 쏠 수 없다"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매해 6백여 명에 달한다. 현행 병역법 88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부분은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는다. 지난 10년간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이 5200명이다.
명문대 출신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B(27)씨는 "우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택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을 제외하고는 취직도 할 수 없는 등 사회로부터 격리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사법부 측은 지속적으로 "헌법상 기본권 행사는 다른 헌법적 가치와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명수 변호사 (법률사무소 신호)는 "양심적 병역 거부의 근거가 되는 양심의 자유는 개인의 내면에 있을 때는 무제한으로 보장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실정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생길 때 그에 따른 규율을 받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소수자 보호도 규범의 테두리 내에서 보호하는 것"이라며 "그 법이 소수자를 보호하지 못할 경우 입법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그에 위반한 소수자를 무작정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정법이 헌법 등 상위규범을 위반하는 지와 양심의 자유가 실정법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결국은 집단 내 이익 충돌의 문제로 보여지므로, 정치적 타협 내지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입법이라는 것은 다수의 권익을 먼저 보호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것이 바로 대의 민주주의의 맹점. 따라서 소수자를 입법적으로 보호하란 이야기는 사법부가 사실상 소수자 보호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견에 대해 한 변호사는 "사법부는 국가 기능 중 구체적 법률관계에 대한 현실적 법 실현을 담당한다"며 "구체적 입법의 근거 없이 단순한 해석만으로 소수자를 보호한다는 것은 사법의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라는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