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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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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자동차산업 위기 자초…R&D 투자 '인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0.24 07:26

매출대비 투자비율 낮아…현대2.1%·기아 2.9%

▲국내 자동차 업계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너무 낮아 미래 대비가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한 전시회 모습. (사진=연합)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국내외 경제 한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돌파구는 연구개발(R&D)인데, 국내 업체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무척 낮다. 글로벌 5위권 업체와 비교하면 현재 판매량 유지도 신기할 정도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체력싸움에 밀려 얼마 못가 주저앉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럽연합(EU)이 세계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활동을 조사한 EU R&D 스코어보드(2014 회계연도 기준)에 이름을 올린 국내 완성차 및 자동차 관련 기업 9곳의 올해 상반기 R&D 비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전년 동기 대비 16.89% 증가한 2조5034억5819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15.86% 증가한 1조55억2400만원을 집행했고, 기아차가 25.33% 늘어난 7800억400만원을 지출해 1, 2위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R&D 비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이는 향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모비스(3258억4000만원), 만도(1391억3000만원), 한온시스템(1168억7100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연구개발비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우위를 점했지만 이들 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연구개발비가 가장 적은 세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6.10%로 가장 높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각각 2.10%, 2.90%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0.1%p(포인트), 0.3%p 늘었다지만 현대-기아차가 경쟁하고 있는 톱5 업체들과 비교하면 R&D 비용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투자 여력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까지는 소위 모방전략, 즉 추격자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혁신 없이 경쟁이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간 판매 목표를 전년도 목표인 820만대보다 7만대 낮춰 잡았지만 현재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비해 배출가스 조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폭스바겐그룹은 오히려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504만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1000만대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R&D 스코어보드에서 가장 많은 R&D 비용을 지출한 기업은 폭스바겐으로 나타났다. 폭스바겐은 R&D 비용으로만 131억2000만 유로(약 16조2776억원)를 지출했다. 업종 불문 2500개 세계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세종공업, 경신, 만도, 화승 R&A 등 10개사가 집행한 R&D 비용은 총 3억700만 유로(약 3조 7307억원)다. 폭스바겐의 R&D 비용은 국내 업체의 총합보다 약 5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함께 글로벌 5에 이름을 올린 업체와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토요타는 68억5800만 유로를, 제너럴모터스(GM) 60억9500만 유로, 포드 56억8300만 유로, 다임러 56억5000만 유로 등 수조원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현대차는 14억3000만 유로, 기아차 8억3890만 유로, 현대모비스 3억6920만 유로 등 총 26억3810만 유로를 R&D 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관련 산업들 상황도 매한가지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1, 2위를 다투는 현대모비스와 만도는 올해 상반기 R&D 비용으로 각각 3258억4000만원, 1391억3000만원을 지출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현대모비스가 1.70%, 만도가 4.96%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매출액에 상당 부분이 A/S 관련이 포함되다 보니 비율이 떨어져 보이는 것"이라며 "실제 모듈 등 주력 부품 산업 매출만 따지면 비율이 5%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로 알려진 로버트 보쉬는 한해에만 50억4200만 유로를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덴소(26억9940만 유로), 콘티넨탈(21억9560만 유로), 델파이(10억7080만 유로) 등도 마찬가지다.

타이어 산업에선 미쉐린(6억5600만 유로), 브리지스톤(6억4200만 유로), 굿이어(3억2600만 유로) 등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오히려 R&D 비용을 삭감한 업체도 있다. 올해 상반기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33%, 5.70% 줄였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도 소폭 감소했다. 그나마 한국타이어는 전년 동기(719억601만원) 대비 증가한 767억2475만원을 집행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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