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인도 뉴델리 총리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외 유력 기관으로부터 사내이사 선임에 관한 찬성표를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24일 "이 부회장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라며 "(이는) 사내이사로서 결격 사유"라고 밝혔다. 또한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며 "해당 행위에 책임이 있거나 그로 인해 혜택을 입었다고 판단되는 지배주주 일가는 주주가치 훼손 이력 및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란 지배주주 일가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줘 기업 가치를 빠르게 키우는 행위다.
서스틴베스트는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윤리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계열사 내에서 가장 높고 이들 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수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SDS는 계열사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 기준 85% 이상에 달한다"며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과거 10년간 평균 약 35% 수준으로 삼성전자 주주가치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SDS 매출이 약 1조2000억원(2000년)에서 7조9000억원(2015년)으로 6배 이상 급성장했고 삼성에버랜드도 삼성물산과의 합병 전 계열사 상대 매출이 45%를 초과한 점이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라고 판단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인사의 이사 선임에는 꾸준히 반대 의견을 권고해 왔다"며 "이번에도 일관된 기준으로 반대 권고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경우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작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공정 합병 여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며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스틴베스트의 이 같은 반대에도 해외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 국내 의결권 자문기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민연금까지 이 부회장을 지지하면서 등기이사 선임 문제는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27일 오전 10시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를 의결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임시 주총엔 불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