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
1914년 8월15일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파나마운하가 미국에 의해 완공됐기 때문이다. 원래 파나마운하 건설 허락을 받은 사람은 프랑스 사람 레셉스였다. 그는 누구도 성공하리라고 예상치 못한 수에즈운하 대공사를 성공시킨 영웅이다. 그러나 파나마는 수에즈운하와는 날씨가 반대였고, 지형은 달랐다.
이집트는 사막기후지만 파나마는 열대우림기후였다. 때문에 산사태와 홍수가 수시로 발생했다. 황열병 등 전염병이 창궐했다. 수에즈운하는 사막의 평원15미터만 굴착하면 됐다. 그러나 파나마운하는 열대우림 해발 150미터를 파야 하는 난공사였다. 그리고 태평양과 대서양의 바다 높이 차이가 너무 컸다.
그럼에도 레셉스는 수에즈운하를 건설할 때와 똑같은 방식대로 공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10년의 작업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다. 2만2000명의 인부가 죽었다. 레셉스는 결국 손을 들었다.
레셉스에 이어 파나마 건설권을 따낸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먼저 레셉스의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치밀한 대책을 세웠다. 첫째, 말라리아와 황열병 예방이다. 두 번째는 홍수와 산사태의 예방이다. 마지막은 건설 방식의 변화였다. 미국은 레셉스의 수평운하방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호수-갑문식 운하방식을 채택했다. 10년의 공사 끝에 미국은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냈다. 파나마운하를 발판으로 미국은 세계경제 주역으로 떠오르게 된다.
레셉스가 실패한 원인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휴브리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휴브리스란 고대 그리스에서 쓰이던 말이다. 그것을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바꾸는데 성공한 창조적 소수가 그 성공으로 인해 교만해져 남의 말에 귀를 막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다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고 말한다. 레셉스의 수에즈 성공이 파나마 실패를 부른 것이다.
휴브리스적 실패의 대표적인 회사가 폴라로이드 회사다. 1937년 폴라로이드로 정한 후 매년 급성장했다. 이들은 폴라로이드 기술 개발에 힘쓰면서 다른 기업이 폴라로이드 영역에 들어오는 걸 철저히 봉쇄했다. 1986년 코닥사와 분쟁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폴라로이드는 즉석 영화감상 시스템인 폴라비전을 개발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상품 출시는 실패로 돌아갔다. 오랜 기간 동안 독점적 성공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결국 2001년 폴라로이드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회사가 노키아다.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4%를 담당하는 글로벌기업이다. 노키아는 2006년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싸게, 가장 빠르게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였다. 이것이 노키아의 경쟁력이다. 2007년 이후에도 노키아는 앱이나 소프트웨어보다 원가절감에 초점을 맞춰 경영했다. 물론 노키아도 스마트폰 시대를 예상하고 엄청난 투자를 했고 만들었다.
그러나 노키아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휴대폰의 틀 안에서 점진적인 혁신을 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휴대폰시장 판도를 바꾸는 단절적 혁신으로 휴대폰 시장에 도전했다. 결국 노키아는 무너졌다. 이들은 과거의 기득권을 지키려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해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공과 자만이 자기 자신을 무너뜨리는 휴브리스적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거에 성공했던 방법을 절대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거 성공에 과신하는 교만은 실패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미래의 성공은 과거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의 것이다.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게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