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한국사회를 강타하면서 금융권이 ‘낙하산’ 논란의 중심에 다시 섰다. 최순실씨가 사전에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입수, 수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인근 한국증권금융 상근 감사위원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다. 조 감사는 현정부 출범 후 3년여간 박근혜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낙하산 논란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된 모양새다.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3일간 잠적하기도 했다.
최근 금융권 곳곳에서 벌어지는 낙하산 행렬을 보면 금융당국의 2년전 약속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관행 철폐’가 지켜질지 의문이다.
우선 조 감사 때문에 유명해진 한국증권금융은 관피아 낙하산의 천국이다. 정지원 사장은 금융위 상임위원과 여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냈다. 지난 21일 선임된 양현근 부사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또 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 송재근 새명보험협회 전무도 금융위 과장 출신이다. 이틀전 임명된 서경환 손해보험협회 전무도 금감원 국장 출신이다.
전관 출신이 단골로 가던 협회 부회장 자리를 없애고 민간 전문가를 초빙한다는 취지로 이들 협회에 ‘전무’직을 새로 만든 장본인이 금융위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의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자 이 전무 자리에 낙하산을 집중 투하하고 있는 셈이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IBK기업은행장과 우리은행장 자리를 놓고도 낙하산 행장 임명설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금융위는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우리은행장 후임과 관련, "은행장 낙하설 등 근거 없는 시장루머를 보도하는 것은 확고한 의지로 추진중인 우리은행 매각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기업은행장 후임에 대해선 "연임이든 교체든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지만 아직 어떤 입장도 갖고 있지 않고 박 대통령이 최종 결정해 임명하는 자리"라고 했다.
금융위의 이런 보도참고자료나 코멘트처럼 우리·기업은행 등 금융권 낙하산설이 부디 시장에 떠도는 루머이길 바란다. 그렇지 않고 현실이 될 경우엔 현 정부 지지율 급락을 이끈 국민들의 분노가 금융위로 향할 수 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