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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최순실 블랙홀 ‘골든타임’ 날릴텐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03 17:28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EE칼럼] 최순실 블랙홀 ‘골든타임’ 날릴텐가

최순실 사태로 온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책임총리’와 경제 수장 등 3명을 교체하는 깜짝 개각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과 호남 출신 인사를 내세워 이번 사태를 호도하려는 시도로 국민들을 또 한번 배신감에 떨게 만들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 김 총리 후보자는 정말 낯선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총리로 내정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며 "헌정 중단과 국정 공백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각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정치권의 합의는 물론 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이번 총리 지명으로 회복 불능의 막다른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한자리로 급락한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소위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던 노년층은 물론 4·19 혁명 이후 처음으로 중·고교생까지 나섰다.

참담하게도 일부 고교생들은 "박 대통령은 4·19 혁명, 서울의 봄,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장구한 민주투쟁의 역사를 지닌 민주법치국가의 수장임을 스스로 부정했다"며 "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날선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국민 어느 누구도 헌정 중단이나 국정 공백을 원하지 않는다. 야당이 ‘탄핵’이나 ‘하야’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있는 이유다. 또 그러한 속내에는 학생들의 선언처럼 박 대통령이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위를 상실했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혹시라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진실이 왜곡되고 과장돼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시급히 국민 앞에 진상을 소상히 밝히고, 진정으로 사과하는 일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용히 제2선으로 물러나 임기를 마침으로써 역사상 두번째가 될지도 모를 헌정 중단이라는 비극을 막는 일만 남았다.

정치권도 기회를 날려버린 점은 마찬가지다. 여당은 여전히 "옳으신 선택입니다"라며 용비어천가만 읊고 있고, 야권은 차려진 밥상에서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다투면서 나라의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국민은 이미 정치권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전국 곳곳에서 타오르는 촛불이 정권교체를 주장하든가. 거의 모두가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피켓을 흔들고 있다.

지금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하야나 정권교체, 개헌 등 정치 사안이 아니라 ‘투명한 경제 살리기’다. 한국 경제가 흔들리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개각을 발표한 날, 코스피지수는 1980선 아래로 밀려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사실상 1300조원을 넘어섰다는 경고도 나왔다.

9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1일 발표된 10월 수출 실적 역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차 파업과 갤럭시 노트7 단종에 따른 자동차와 스마트폰 두 품목이 2.7%를 깎아먹었다. 나 홀로 경기를 지탱해 오던 부동산은 ‘강남발 과열’로 역풍을 맞았다. 건축·토목공사 실적이 모두 줄었다.

대외 여건도 만만하지 않다. 국제 유가가 슬슬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교역물량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1.6%로 크게 낮췄다. 여기에 미국 대선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11월 정례회의 결과에 따른 금리인상 등 여러 가지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판국에 ‘리더십 공백’과 ‘혼선’이 장기화할 경우, 내부로부터의 붕괴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우리 경제는 IMF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사태 해결과 무관한 지나친 선동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도 혼란에 편승해 헌정 질서를 뒤흔드는 자기 파괴적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정부와 공무원은 복지부동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 기업도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로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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