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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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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버몬트 "100% 재생에너지만 씁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1.24 10:20

원유생산중심지 텍사스도 최대 풍력발전지역으로


벌링턴

▲벌링턴의 전력 중 42%는 우드칩으로부터 얻고 있다. 100%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탄소제로를 만들진 못한 이유다. 맥닐 발전소는 한 시간 당 76톤의 우드칩을 태워 5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은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에 위치한 맥닐 발전소 전경. (사진=벌링턴 전력국,burlingtonelectric)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탄소배출량 제로 지역사회는 아직까지 요원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상기후 징후가 명확하게 나타난 지난 20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화석연료 의존 비중이 아직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있는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이같은 아이디어가 현실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풀뿌리 공동체가 만든 재생에너지 100% 도시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은 2014년 이래 미국 내 최초로 100% 지속가능한 에너지만 사용하고 있다. 벌링턴은 도시 내 에너지원을 태양광 수력 풍력 우드칩(나무조각) 등지에서 얻고 있다.

재생에너지 친환경 도시의 기틀을 만든 것은 지난해 ‘버니붐’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샌더스는 1981년 이후 벌링턴시의 시장으로 4차례 연임했다. 그는 인구 4만2000명의 소도시 벌링턴을 중소상공인 친화정책,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성공적인 ‘도시 개발 모델’를 확립했다. 이후 미국 사회 내에서 벌링턴을 워싱턴, 뉴욕과 함께 가장 살기 좋은 10대 도시 중 하나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컨설팅업체 다이버젠트의 이리나 슬라브 연구원은 "샌더스가 시장 재임 시절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기틀을 만든 점은 분명하지만, 그가 혼자서 한 건 아니다"라며 "벌링턴의 모든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위해 애쓴 점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 지난 몇 년 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한 일들이 이제와 수확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의 후임자 피터 클라벨은 상대적으로 전력 생산량이 떨어지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전력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클라벨 전 시장은 ‘10%의 도전(10 percent challenge)’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10%의 도전은 가정과 기업에서 전력 사용을 줄여 각자 온실가스를 최소 10%씩 감축하는 캠페인이다.

이외에도 생활밀착형 정책을 펴 시 외곽에 있던 시장을 도심으로 옮겨 자동차를 덜 타도록 했고, 전력 효율이 높은 전구를 시에서 구매해 싼값에 판매했다. 그 결과 16년 동안 버몬트 주 전체 전력 사용량이 15% 증가하는 동안 벌링턴 시는 오히려 1% 떨어졌다.


◇ 버려진 나무 태워서 전력 공급 ‘우드칩 발전소’

벌링턴의 100% 재생에너지 달성은 유토피아(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국가)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인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벌링턴은 전력의 42%를 우드칩으로부터 얻는다.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벌링턴은 100%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에도 불구하고 탄소제로에 도달하진 못했다

맥닐 발전소는 시간당 76톤의 우드칩을 태워 50MW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전체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나머지 절반은 버몬트 주 외부로 판매되고 있다. 맥닐 발전소는 버몬트 전력청과 몇몇의 소주주들로 구성돼 있다.

초반에 산림파괴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필요로 하는 목재의 양은 중요치 않다. 땔감은 대부분 벌링턴시 60마일 이내에 위치한 불량 원목, 벌목 잔여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기 때문에 운송비용도 저렴하다.

시 당국은 발전 원료로 사용하는 목재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까다로운 선별작업을 거친다. 95% 이상은 다른 나무들의 성장 환경 개선을 위해 잘라낸 나무 조각들을 원료로 사용한다.

환경단체들은 나무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원유, 가스보다 더 높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폐기물로 연료를 얻어도 결국 대기오염을 유발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맥닐 발전소는 공기 성분을 관리하는 여러 장비를 이용해 대기오염을 연방 기준치의 100분의 1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산림자원이 풍족한 벌링턴에서는 폐목재 또한 많이 발생한다. 데이브 맥도널 발전소 감독관은 "나무는 태우지 않아도 썩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태워서 전력을 생산하는 편이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 재생에너지 붐, 원유생산중심지 텍사스까지…

이처럼 벌링턴이 에너지 분야에서 선두주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슬라브 연구원은 벌링턴의 사례가 모든 곳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명히 했다. 풍부한 산림자원과 강, 호수, 넓고 개방된 장소를 가진 소규모 도시가 재생에너지 100% 달성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녀는 나무가 풍부하지 않은 대규모 도시는 사실상 훨씬 힘든 요건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소도시 벌링턴의 움직임이 비슷한 규모의 석유산업중심지 텍사스까지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원유생산지인 텍사스는 이제 최대 풍력발전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017년 조지타운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 100%를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환경의 문제라기보단 경제적 문제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절약 문제에 있어서 추상적인 환경주의보다는 경제적 이유들이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슬라브 연구원은 "변동성이 심한 원유에 질린 5만5000명의 조지타운 시민들은 이제 풍력 태양광 등 가격안정성을 확보한 에너지원에 의존하고 싶어한다"면서 "미국 전력망과 중동 석유, 가격변동의 족쇄에서 벗어난 값싸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 에너지는 누구나 선호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는 좀비기업들의 대재앙에 휩싸인 텍사스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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