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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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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의 명차 히스토리] 그랜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05 17:00
[김양혁의 명차 히스토리] 그랜저 

자동차는 이제 기호품이다. 디자인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다음으로 주요 소구 요인이 됐다. 그랜저는 지난 30년간 변신을 거듭해 왔다. 6세대가 최근 출시됐다.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가 떠오른다. 그랜저는 열정, 도전, 변화의 시기를 지나 슬슬 완숙미를 갖춰가는 시기로 들어섰다.

▲그랜저 1세대. 사진=나무위키



1986년 그랜저 데뷔는 일본 미쓰비스 자동차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출시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현대차 기함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차량가격이 1800만원~2000만원에 달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특히 ‘귀가시계’라 불릴 만큼 인기를 모은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와 ‘각 그랜저’ 모습이 대중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더구나 구동계 관련 전자제어장치의 새 기준을 정립해 국산차 중 가장 현대적인 국산차로 평가된다.

▲2세대 그랜저. 사진=나무위키


그랜저는 1992년 직선투성이던 이전 모델에서 벗어났다. 곡선이 대거 들어왔다. 이때 그랜저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트렁크 정중앙에 차명이 새겨졌고, 역대 그랜저 모델 중 전장이 가장 길다. 택시 고급화에 발 맞춰 LPG 라인업도 추가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대우 아카디아에 대응하고자 3.5ℓ 엔진을 도입했지만, 내부 다이너스티 등장으로 얼마 못가 해당 엔진은 자취를 감췄다.

▲3세대 그랜저(XG). 사진=나무위키



다이너스티에 이어 에쿠스 등판이 시중에 떠돌자, 그랜저 위상은 더욱 애매모호해졌다. 때 마침 준대형차 모델로 시판 중이던 마르샤가 판매 부진에 허덕였다. 결국 현대차는 후속모델로 준비 중이던 마르샤로 그랜저를 잇기로 한다. 3세대 그랜저는 1998년 그렇게 탄생했다. 1, 2세대 모델과 달리 미쓰비시와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준대형차다. 흑역사도 있다. 현대차는 당시 그랜저 부분변경을 수출용에만 적용할 계획이었다. 헌데 이런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어 수출용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부분변경된 내수용 모델이 조기 출시됐다.

▲4세대 그랜저(TG).


4세대 모델인 TG는 2005년 5월 출시됐다. 이전 세대에 비해 한층 커진 차체와 좋아진 주행성능이 장점이다. V형 6기통 형식의 엔진을 탑재하며 쏘나타와 차별화를 뒀지만 외관은 페미리룩으로 쏘나타와 비슷했다. 앞모습만 보고는 그랜저와 쏘나타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더구나 당시 광고 중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랜저가 여전히 부와 사회적 성공을 뜻하는 차량임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가 다분했다. 이는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5세대 그랜저(HG).




2011년 1월 5세대 그랜저(HG)가 출시됐다. 이전과 달리 배기량을 줄였다. 쏘나타와 간섭효과가 일어났다. 두 차량 모두 2.4 GDi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쏘나타에 2.0 GDi 터보 모델을 대체하며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2013년 연말에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현대차 최초의 준대형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6세대 그랜저(IG).



올해 11월22일 출시된 6세대 그랜저는 사전계약 첫날 1만5973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실물이 아닌 이미지 공개로만 일궈낸 성적이다. 이는 국내에서 그랜저 이름값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다만 6세대 그랜저는 국내용에 머물 공산이 짙다. 회사는 신형 그랜저의 해외 수출 계획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저조한 판매량 때문이다. 심지어 형제기업 기아차의 카덴자(한국명 K7)에까지 뒤진다. 현대차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랜저는 중장년층 로망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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