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전문가 기고] '호구' 만드는 사회

엄윤상 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에너지경제ekn@ekn.kr 2016.12.06 14:51:27

 
엄윤상 변호사
악몽이다. 지난 한 달은 그야말로 악몽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9월 초의 일이다. 어린시절 초라하지만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본 경험은 50줄이 넘어 다시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에 불을 댕겼다. 시세보다 비싸게 낡은 주택을 구입하고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다.

시공은 동창 친구에게 맡겼다. 그 친구는 내 환상이 더욱 활활 타오르도록 만들었다. 10월 말까지 저렴한 가격에 내가 꿈꾸던 환상적인 집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주위 친구들이 모두 만류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전혀 믿을 수 없는 친구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친구에게 기회를 줘보고 싶었다. 그리고 악몽이 시작되었다.

계약금을 주고 첫 한 달은 그런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다. 10월 초 그 친구가 중도금을 조금 일찍 줄 수 있냐고 해서 이왕 믿었으니 끝까지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중도금도 주었다. 중도금까지 주었는데도 공사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공사 중간 중간에 건축설계사비, 구조안전진단비, 에어콘 대금, 가구 대금 등을 보내주기도 했다. 잔금도 달라고 해서 주었다. 믿음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완공을 약속한 10월 말이 지났다. 그 약속을 믿고 살던 집을 비우기로 한 날도 되었다. 이제 살던 집을 비워줘야 되는데 난감했다. 그 친구는 일주일만 시간을 주면 반드시 완공시키겠다고 했다.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원룸이 있는데, 마음씨 좋은 주인아저씨가 방을 내주어서 잠시 기거하기로 했다.

궁색한 원룸 생활이 시작된 첫날부터 납품업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공사자재를 납품했는데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 친구가 납품업자를 피해서 도망 다니기 바쁘니 일이 진행될 리가 없다. 며칠 동안 지켜보니 인부들조차 공사현장에 오는 것을 꺼려했다. 품삯을 미루고 미루며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대금도 다 줬는데, 어찌된 일일까. 의심이 시작되었고 하나하나 확인하니 그 친구의 숱한 거짓말들이 드러났다. 한 친구의 말대로‘국민 호구’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직접 수습에 나서야만 했다. 남은 작업을 직접 하기로 했다. 납품업자들에게 직접 대금을 지급하고 인부들에게도 일이 끝나면 바로 품삯을 지급했다. 일하는 중간에 먹을거리도 넉넉하게 주었다. 곧 납품업자들과 인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진행도 빨라졌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만사를 제쳐놓고 공사에 매달렸다. 아직 완공이 된 것은 아니지만, 원룸 생활을 청산하고 입주도 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서.

국민이 ‘호구’로 전락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와서 집권에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은 온 국민을 호구로 만들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 국민주권 등의 가치는 내팽개치고 우리나라를 석기시대로 돌려놨다. 21세기 대한민국이 무당의 주술로 다스려지는 나라가 되었다.

선량한 ‘호구’들은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차은택 등 주술국가 추앙 집단의 온갖 감언이설과 거짓말에도 끝까지 신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들은 호구들의 신뢰를 비웃으며 마음껏 국정을 농단했고 사술, 협박을 동원하여 마음껏 재산을 긁어모았다.

그들은 ‘호구’로 전락했음을 깨달은 국민들이 사태 수습을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 주술국가에서 살 수 없음을 외치고 정상적인 민주국가 회복을 외쳐도 외눈하나 깜짝 않고 있다. 아직도 ‘온 우주의 기운’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이.

지금은 석기시대가 아니고 21세기가 아닌가. 21세기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은 ‘호구’가 아님을 어쩌랴. 어떤 주술로도, 어떤 감언이설로도, 어떤 거짓말로도 더 이상 국민을 ‘호구’로 만들지 못하게 촛불이 타올랐음을 어찌 깨닫지 못하는가.

엄윤상 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  
  •  
  •  
  •  
  •    
  • 맨 위로



 
배너
배너
이미지

카드뉴스

+ 더보기
[카드뉴스] 개천절·추석·한글날, 10월 황금연휴 완.전.정.복...우리가 몰랐던 국경일의 뒷이야기들
[카드뉴스] 개천절·추석·한글날, 10월 황금연휴 완.전.정.복...우리가 몰랐던 국경일의 뒷이야기들 [카드뉴스] 다 된 가을에 미세먼지 뿌리기!...천고마비는 옛말, 미세먼지의 계절 '가을' [카드뉴스] [카드뉴스] '1회용' 비닐봉투 줄이기 프로젝트 [카드뉴스] 조선시대에도 냥덕들은 있었다!

스포테인먼트

0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