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일 변호사 |
이 사안의 사실관계와 1심의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뢰인은 자신의 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여 피고가 건물을 건축하고 더 나아가 가스관 및 가스설비를 설치하였음을 이유로 가스관 등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인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9. 9. 선고 2014가단233972판결은 피고 건물의 가스관 및 가스설비가 원고의 토지를 권원 없이 침범하여 설치되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가 가스관 및 가스설비를 설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은 타인의 토지위에 건립된 건물로 인하여 그 토지의 소유권이 침해되는 경우 그 건물의 철거의무자와 관련하여 "타인의 토지위에 건립된 건물이 미등기이고 그 건물로 인하여 그 토지의 소유권이 침해되는 경우 그 건물을 철거할 의무는 그 건물을 법률상,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대법원 91다11278 판결에 배치되는 판결이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이 사건 가스관 및 가스설비의 철거의무자는 가스관 및 가스설비의 설치자가 아니라 가스관 및 가스설비의 법률상,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가스관 및 가스설비의 법률상,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이다.
도시가스사업법 제2조 제6호는 "가스사용 시설"이란 가스공급시설 외의 가스사용자의 시설로서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2조 제5항은 도시가스사업법 제2조 제6호의 "가스공급시설 외의 가스사용자의 시설로서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내관·연소기 및 그 부속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5호는 "내관"이란 가스사용자가 소유하거나 점유하고 있는 토지의 경계에서 연소기까지 이르는 배관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가스사업법령에 의하면 이 사건의 가스관은 도시가스사업법상 내관에 해당하여 피고 소유에 해당하고, 도기사스 설비는 도시가스사업법령상의 부속설비로서 피고 소유의 시설물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 사건 건물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도시가스사업자에 문제가 된 가스관 및 부속설비의 소유관계에 관하여 사실조회 신청을 한 결과 본 시설물들은 도시가스사업자의 시설이 아니고 가스사용자의 시설에 해당한다는 사실조회 회신서를 받았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권의 내용으로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도시가스관과 설비의 소유자인 피고는 법률상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할 것이고, 이 사건 가스관과 설비의 철거의무자는 피고라는 점에 확신을 갖고 변론을 하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6. 12. 8. 선고 2015나57541판결은 원고의 항소를 인용하여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하면서 이 사건 가스관, 가스설비는 피고가 원고의 토지를 무단히 침범하여 설치하여 점유하고 있으므로 철거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1심의 잘 못된 판단을 취소하고 타인의 토지위에 권원 없이 설치한 시설물의 철거의무자의 법리에 부합하는 판단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막연히 피고가 이 사건 가스관 및 가스설비를 설치하였다고만 하고, 가스관과 가스설비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법률상, 사실상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에 관하여는 전혀 판시하지 아니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판결이다. 왜냐하면 에너지법령상 에너지공급설비의 설치는 에너지사업자가하고 에너지사용자에게는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대신 경계점 이후 설비의 소유권만 에너지사용자에게 귀속시키는 경우가 많아 설치자와 법적소유자가 다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설비, 전기설비, 집단에너지설비 등 에너지설비는 일정한 지점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은 에너지공급자의 소유이고 법령이 정하는 경계 이후는 에너지사용자의 소유로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설비가 타인의 토지위에 무단히 지나고 있는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시설물철거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도시가스사업법령, 전기사업법령, 집단에너지사업법령이 각 정하는 경계를 확인하고 문제된 시설물의 부분이 에너지 사업자의 소유인지 에너지사용자의 소유인지를 분석한 후 소를 제기하여야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별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