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부품으로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 ‘흰색 황금’ 리튬을 중국이 장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사진=AP/연합) |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roup)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부품 리튬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부품으로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는 ‘흰색 황금’ 리튬을 중국이 장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리튬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ESS와 전기차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을 추월해 전기차 시장 1위로 올라선 만큼, 배터리의 핵심부품인 리튬 시장도 장악하면 원가는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 리튬을 접수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이 전통 리튬 강자인 남미를 위협하고 있다"며 "급성장 시장을 선점해 신규 진출사의 참여 기회를 봉쇄할 수 있다. 신규 진출을 엿보는 기업들은 일단 시장에 빨리 진입해 공급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 염호 vs 광석…중국, 전통 강자 남미 넘어서다
▲염호 기반 리튬 생산방식은 조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어 CAPEX 투자는 광석 기반 대비 높지만, OPEX 비용은 크게 낮다.다만, 신규 개발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광석에 비해 불리하다. (표=포스코경영연구원) |
중국 리튬 신흥기업들은 염호 대비 개발 진행속도가 빠른 광산 위주로 투자하면서 향후 시장 내 영향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남미 빅3의 세계 시장 지배가 가능했던 이유는 염호 기반 리튬 생산이 광석 기반 대비 원가적으로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염호 리튬기업의 생산원가는 2500~3000달러 사이에 형성돼 있지만, 광석은 5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 염호에서 리튬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며, 신규 개발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기업이 생산 Capa를 확장하는 데는 2년 이상, 신규 염호 개발에는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광산 개발은 단기간에 진행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기존 광산의 Capa 확장은 1년 이내, 신규 광산 개발은 1~2년 안에 생산 개시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리튬 산업의 총 가동률은 약 70% 수준으로, 이는 생산 능력이 있지만 가동하지 않은 상태인 광산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다. 즉, 시장 가격에 따라 신속히 물량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중국이 리튬 시장을 선점해 후발주자의 진입 기회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산 투자, 물량 선확보 등을 통해 중국 리튬기업들이 신규로 공급 가능한 리튬 화합물은 총 8만 5000톤에 달한다. 이는 현재 세계 리튬시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리튬 가격은 공급부족 상황이 발생하면서,기존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Spot 거래 가격이 형성되고, 장기 공급계약 가격도 큰폭으로 치솟았다.(표=포스코경영연구원) |
티앤치(Tianqi)는 2014년 세계 최대 리튬광산인 호주 탈리슨의 경영권을 확보해 채굴량을 2배로 늘려 생산량을 확대했다. 이외에 캐나다 광산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간펑(Ganfeng)은 원료부터 배터리까지 수직통합을 추구하며 호주 리튬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최대주주로 참여한 상태다.
제너럴리튬(General Lithium)은 호주 필강우라 프로젝트와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리튬기업 2개사가 호주 캐틀린 광산과 off-take 계약을 맺는 등 생산 예정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 "세계 리튬 시장 위협하는 중국기업들 경계해야"
보고서는 이같은 중국의 리튬 확보 움직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최근 리튬 수요 급증을 이끌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증가도 세계 최대 규모다. 2015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 약 55만대 중 21만대를 차지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표=포스코경영연구원) |
특히 최근 리튬 수요 급증을 이끌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증가도 세계 최대 규모다. 2015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 약 55만대 중 21만대를 차지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해 상반기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배터리 제조설비 역시 중국이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다.
개발 속도가 빠른 광산 위주 투자로 조기 물량 공급이 예상된다는 점도 우려할 요소로 꼽혔다.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 빠르게 임의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는 "배터리 소재는 공급계약 체결 전 인증 등 사전 단계가 까다롭고, 일단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 재료 변경이 잘 이뤄지지 않아 후발주자에 걸림돌이 많다"고 분석했다.
최종 수요처인 전기차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리튬~양극재~배터리~전기차’에 이르는 Value Chain 전체를 거치면서 각종 테스트 및 인증 과정이 필수적이다. 각 단계별 최소 3개월~수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 게다가 한번 결정되면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이후에는 새로운 참여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의 저자 민세주 산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리튬 산업은 이제 ‘속도전, ‘가격전’ 양상에 돌입했다"며 "신규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트렌드에 걸맞는 사업 추진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후발 참여 기업은 일단 시장에 빨리 진입해 인증 등을 진행하고 거래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수익성 확보, 추가적인 생산 확대 등은 다음 단계로 추진하고 우선 생산 가능한 물량 위주로 시장에 공급해 공급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민 연구원은 강조했다.
또 민 연구원은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한계 원가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원가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생산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