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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의회폭력과 총수의 사이다 발언

윤원창 경제산업부장

윤원창 기자wcyoun@ekn.kr 2016.12.20 09:36:29

 

데스크

19대 국회 마지막 날 떠나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준 선물은 매우 컸다. 말도 많았던 국회선진화법 통과다. 상시청문회란 칼을 쥐어준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수시로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거창한 명칭답게 국회의원들의 손에 권력을 더 꽉 쥐어준 것이다.

정부에서는 발목을 잡는 ‘흉기’로 악용되지 않을까 무척 걱정했다. 남용하면 정치공세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제라고는 없는 국회의 권력 강화는 누가 봐도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국회가 행사하고 있는 입법 권한에 걸맞은 책임과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물론 상시 청문회가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잘 쓰면 국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국회 수준이다. 입법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여야 정당이나 의원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국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야권은 탄핵 가결 후 급한 경제 챙기기보다는 이슈만 생기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흔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퇴진 요구가 다소 수그러들더니 요즘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 권한대행이 참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처럼 하지 말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셈은 행정부를 잡자는 것이다. 정국 주도권을 잡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경제안정이라는 우선순위는 미뤄놓고 생떼를 보이니 한심할 뿐이다.

얼마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열린 재벌 청문회에서 보인 행태는 그 단면을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청문회 자체도 탄핵에서 표를 더 얻으려는 급조한 무대장치였다. 애초부터 진실을 파헤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총수들이 사전 준비된 답변을 되뇔 것이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는 동문서답으로 피할게 뻔했다. 말문 막힌 의원들은 논리나 정밀한 증거보다는 막말과 호통이 판쳤다. 일부 의원들은 청문회 스타를 꿈꿨을 지도 모른다.

물론 요즘 같은 때 재벌총수 면박 주는 이벤트는 흥행카드였기에 충분했다. 나이로 비아냥대기도 했다.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에는 기억력도 좋고 머리도 더 잘 돌아가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라 했다. 나이가 적다고 경영자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은 경영인과 분명히 다르다. 국정농단 사건 진실을 규명하는 청문회에서 기껏 한다는 것이 기업 경영과 인사권에 까지 관여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다. 이게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뒤로 물러나게 요구했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곳저곳에서 ‘갑질’ 내려 놓기에 한창인데 유독 국회의원들의 갑질은 유효기간이 없어 보인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든 민간단체다. 해체냐 존속이냐 변화냐는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이다. 따라서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다. 전경련의 존속 여부를 두고 재벌 총수 개개인에게 찬성 여부를 청문회장에서 공개적으로 묻는 인민재판을 하는 어느 국회의원의 행태도 있었다. 재벌 총수들을 국회에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전경련 탈퇴의사를 개인적으로 묻는 것도 모자라 두 번씩이나 손을 들어보라고 명령하는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의회폭력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니 우울하다.

솔직히 정치권이 자신들의 허물은 뒤로 감추고 총수들을 심판대에 올려놓고 적폐를 근절하겠다는 것도 적반하장이다. 정경유착은 정치권력의 책임이지 기업인들의 책임이 아니다. 기업인들은 정치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때문에 "국회가 입법을 해서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달라"고 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이다’ 발언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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