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
[에너지경제 신문 최홍 기자] 조선업종 구조조정이 자율협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는 자율협약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간산업 구조조정의 경우 대량실업과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투명하고 책임성이 진행돼야 하는데 이를 보장할 법적 구속력이 자율협약에는 없어서다. 조선업종은 대부분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구조조정의 건전성이 특히 요구된다.
20일 산업연구원 및 국가미래연구원 등 연구기관에 따르면 자율협약에 의한 구조조정은 채권단협약에 의해 진행되는 방식으로 법적 구속력이 약해 투명성이 떨어지고 책임성도 없어 구조조정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채권단과 기업은 협약의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협약 조건을 공개하더라도 이행 구속력이 없어 협약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구조조정 진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013년 3월 STX조선해양의 경우 자율협약 시 4조5000억 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국가미래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STX조선해양은 조선업 장기 불황이라는 변수 때문에 자율협약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태였다"며 "그렇지만 결국 자율협약으로 갔다. 손실 방지라는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정부와 채권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료=국가미래연구원) |
현대상선도 채권단인 산업은행과의 자율협약에서 2M가입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은 2M가입에 실패하는 등 자율협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음에도 정부의 ‘제1 국적선사 육성정책’ 수혜를 받고 있다. 앞서 현대상선 측은 "가입불발이 아니라, 조건부 가입"이라고 해명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국책은행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로 거론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구조조정 관련 토론에서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의 문제점으로 국책은행을 꼽으면서 "대부분 국내 그룹 구조조정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주도로 그룹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며 "투명성과 책임성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구조조정도 너무 늦게 개시한다"고 말했다.
특히 채권단이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로 부실기업의 채권단은 국민세금이 들어간 국책은행인 만큼 자율협약에 있어서 공공성을 유지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최현경 연구위원은 "자율협약은 자본시장 체제에 따른 채권단과 기업과의 협약이고 채권자의 권리보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채권단이 국책은행이라면 다르다. 정부가 채권 대리인 만큼 도덕성이 요구된다. 자율협약의 투명성, 책임성이 보전되지 못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