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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세계 에너지 지각변동 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25 23:08

김연규 한양대 교수

[EE칼럼] 세계 에너지 지각변동 준비해야 

▲김연규 교수


최근 미국 워싱턴의 주요 연구기관들을 방문해 트럼프 신(新)행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과 대선 이후 미국의 분위기를 대략 파악할 기회가 가졌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는데 가장 관심을 끄는 2인은 국무장관에 내정된 렉스 틸러슨, 에너지장관에 내정된 릭 페리이다. 렉스 틸러슨은 메이저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현 회장이라 관심을 끈다.

미국의 역대 국무와 국방장관은 모두 에너지기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현직 메이저 석유기업의 회장이 바로 국무장관으로 이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대선에 출마하기 전 이력 가운데 한 가지는 텍사스주에서 석유기업을 운영하기도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 등은 모두 셰브론의 고문을 지냈으며 국방장관 딕 체이니는 퇴임 후 세계 최대 에너지서비스 기업인 헬리버튼 회장을 지냈다.

틸러슨은 64세로 미국 텍사스 주립대(오스틴) 공대를 졸업하고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한 이후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회장을 지냈다. 공직 경험이 없는 민간기업인이지만 전 세계 석유가스 개발 대형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교류하였으며 에너지사업이 미국의 외교정책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국무장관직 수행에 무리가 없다고 미국인들은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틸러슨과 관련된 가장 큰 논쟁은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이다. 엑손 모빌과 같은 메이저 기업들은 셰일가스와 같은 미국 국내의 에너지사업보다는 주요 해외 사업에 중점을 두는데 특히 틸러슨 임기 동안 주요 엑손모빌은 러시아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할린 석유가스 개발 사업과 2000년대 후반 이후 러시아의 타이트오일과 북극 개발이 가장 대표적이다. 누가 보아도 부정할 수 없는 친러시아 기업인의 이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주 워싱턴 정가의 최대 이슈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친러시아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소문은 트럼프 당선자가 러시아 부호들의 자금을 자신의 사업에 활용했다고도 하는데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정책이 향후 러시아의 에너지 사업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에너지장관에 임명된 릭 페리는 66세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 Texas A&M 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으며 주지사 이전에는 텍사스 주정부 농업관을 지냈다.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장관들이 주로 학자였던 것과 비교된다. 페리 내정자는 에너지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평소 주장해 오던 인물로 특히 오바마 정부 하에 기후변화에 상당한 예산을 할애해온 점을 비판해 왔으며 에너지부 내부에서 기후변화 이슈를 적극 추진한 인물이 누구인지 선별해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페리에 관해 가장 주목할 점은 그가 ‘다코타 엑세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회사인 Energy Transfer Partners 이사회의 이사라는 점이다. 다코타 엑세스 파이프라인은 오바마 정부의 최대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로 노스다코다주 바켄 셰일유전에서 생산된 셰일오일은 그동안 송유관 시설이 없어 주로 철도로 동남부 소비지까지 운송하느라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송유관 건설이 절실하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견해였으나 부정적 환경평가로 무산됐다. 사업비만 약 4조원으로 다코다 송유관이 건설되면 약 57만배럴의 석유가 4개 주를 통과해 걸프만 지역으로 운송된다.

트럼프 당선자를 둘러싼 워싱턴 정가는 현재 분위기로선 많은 정책적 이슈에 대해 향후 진로를 예상하기가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 당선자 자체가 기존의 이론과 사고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과 실익 위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의 큰 틀도 미국의 새로운 방향 설정에 따라 다시 그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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