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슈가 다시 떠오르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한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총 22개 증권사 중 무려 21곳이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인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삼성물산의 주가와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0.35대 1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명백히 불리했다는 비난이 거셌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매도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등 기업 눈치보기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방안 하나를 제시했다.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의 괴리율을 조정하는 것이다. 목표주가에 거품이 끼여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라고 하지만 어쩐지 거부감이 더 큰 듯하다. 애널리스트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지적당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제안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을 되레 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계가 있다.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목표주가만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될까 싶은 의문부터 나온다. 투자자들의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을 뿐더러 박스권 장세에 변수마저 많은 현 증시 상황에선 투자자들도 나름의 전략과 정보를 가지고 투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따른 피해 사례로 든 한미약품 사태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 보단 호재 공시에 대한 기대감에 매수에 나섰을 공산이 크다. 물론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투자 뒷받침이 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한미약품 사태로 빚어진 투자자들의 피해는 한미약품 내 도덕적 문제와 경영상의 문제, 공시 제도의 허점이 뿌리다.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눈치보기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그들의 독립성을 더욱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매도리포트를 내기 어렵다는 증권가 토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