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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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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박 대통령, 이번에도 한 박자 느린 대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02 14:38

정경팀장 윤성필 기자

직무정지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예정에 없이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특검팀 뇌물죄 수사에 대해 "엮였다"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그 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도 전면 부인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직무정지 이후 23일 만이며, 탄핵정국 이후 대국민 메시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처음이다. 또한 새해 첫날 간담회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예상을 깬 강도 높은 발언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또 한 박자가 늦었다는 탄식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본인이 깨끗하고 떳떳하면 왜 이제 와서 저런 얘기를 하느냐는 반응들이 주를 이룬다.

실제 지금 특검팀 수사가 정점으로 가고 있고, 헌재의 심리가 본격 시작되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주장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사실 관계야 수사가 끝나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박대통령을 믿고 도왔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특검 수사를 받거나 줄줄이 포승줄로 엮여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을 믿고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돌아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순실 때문이 아닌 ‘박 대통령의 자세’ 때문에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리더의 자세’에 대한 문제이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특검 수사를 받는 사람들 중에는 대통령을 믿고 따르는 것이 애국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기꺼이 대통령의 생각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천하의 역적이 되 버린 상황에서, 정작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앉아 침묵만 이어갔다.

박 대통령의 이런 속 터진 상황들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한 두 박자 느린 대응 때문에 이 정부 들어 각종 의혹들이 더욱 불거졌고, 국정이 마비됐다.

박 대통령의 느린 대응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2014년 정윤회문건 유출 사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건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여기에 정부의 ‘인사’까지 더하면 화병이 들 정도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뚝방이 터지고 물이 다 빠진 이후 제방을 다시 쌓는 스타일’이라고 얘기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마저 다 쓸려간 상태이다. 이렇게 속 터지는 대통령이었으면 국민들은 아예 뽑지를 않았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이지만, 단 하루라도 제대로 된 대통령다운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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