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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근영 칼럼] 에너지 삼중고 지표와 한국의 선택

천근영 기자chun8848@ekn.kr 2017.01.08 21:23:09

 
천근영
천근영 에너지부 부국장

세계 129개국 가운데 44위. 세계에너지협의회가 매년 발표하는 에너지 삼중고(Energy Trilemma)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기록한 순위다. 경제나 올림픽이나 국가 순위가 10위권을 오르내리는 마당에 40위권이라는 순위가 마뜩치는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나마 선방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위 30%에 든 게 그나마 다행일 정도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가운데 최고 순위라는 것도 고무적이다. 2013년에는 85위, 2014년 70위, 2015년 78위였으니 무려 34 계단이나 뛴 것이다.

순위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톱 텐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시쳇말로 죽었다 깨어나도 톱 텐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톱 텐이 중요한가? 구속력 있는 지표가 아니니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뭘 해도 톱 텐은 불가항력이라는 사실에는 화가 난다. 그런데, 평가 항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낼 일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톱 텐은 스위스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 캐나다 프랑스 핀란드 뉴질랜드 순이다.)

삼중고 평가 항목은 에너지 안보성과 형평성, 환경적 지속가능성 이 세 가지다. 이들 항목을 종합 평가해 점수로 환산해 줄을 세운 것이 지표다. 에너지 안보. 이건 1차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쉽게 풀자면, 부존 자원이 얼마나 되느냐가 핵심이다. 기술은 둘째 문제다. 이건 우리나라의 취약점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자원은 열량이 낮은 무연탄이 거의 전부다. 이마저도, 서민들이 연료로 사용하는 연탄용을 빼면 거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항목에선 하위 10%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 다음 항목은 에너지 형평성.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가 얼마나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이건 비교적 상위권이고, 상승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 부문은 계속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싼 전기요금과 단일계통망, 전국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 도시가스 공급망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순위가 다소나마 상승시키는 일등공신이다.

마지막인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환경적으로 수용 가능한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를 평가하는 지표다. 그런데 이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원자력과 화력 복합화력의 비중을 일정 비율로 유지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 때문이다. 원자력의 비중이 높아지면 순위가 다소 상승하고, 그 반대가 되면 떨어진 식이다. 특히 석탄(유연탄)과 LNG를 사용하는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에너지 삼중고 지표와 관련, 주목할 국가가 하나 있다. 톱 텐은 기정사실이고 1, 2위를 오르내리는 대표 국가인 스위스다. 스위스는 작년 말 원전을 조기에 중단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부결됐다. 스위스 국민의 54%가 원전 조기중단에 반대한 것이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전체 전원 가운데 원전 비중이 30% 정도인 스위스. 스위스 정부는 국민투표 전 국민들에게 ‘원전을 폐쇄할 경우 이를 대체하기 위한 비용이 48조원’이라는 조사결과를 알려줬다. 당연히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음을 알렸고, 결국 국민은 고개를 저었다.

저유가 시대가 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 합의가 발표되는 등 유가가 요동칠 변수들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유가는 상승곡선을 그린지 오래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에 50달러대를 넘어서 있다. 이 추세는 거부하기 어렵고, 거부할 수도 없다.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몇 년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은 고통이지만, 준비는 해야 한다. 에너지 부문에 있어 그 첫 단추는 7차 에너지기본계획이다. 올 7월이니 시간도 별로 없다. 에너지 삼중고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안보를 굳건히 하는 차원에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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