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7’가 나흘간의 열전을 마치고 8일(현지시간) 폐막한다. 이번 CES는 자동차와 전자·IT(정보기술) 산업 간 융합·경계 파괴가 뚜렷했다. 2015년 CES에 처음 독립적으로 마련된 자율주행 전시관은 더 규모를 키웠고, 전통적인 전자·가전업체들의 전시관도 자동차들이 대거 점거했다. ‘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아니라 ‘Car Electronics Show’라는 농담이 사실이 돼가는 형국이다. 전자 산업은 이제 자동차 산업과 융합을 넘어 통합되는 분위기다.
주요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에 마련된 삼성전자, 파나소닉, 인텔, 보쉬 등 전통 전자업체들의 전시장 한편에는 자동차가 어김없이 세워져 있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들은 기존 자동차를 기반으로 전자장비를 채택한 모델을 공개하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자율주행 또는 커넥티드 카 기술을 연결고리로 자동차와 전자·IT의 접면이 더욱더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이런 산업 간 통합 전시회에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상도 두드러졌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경쟁의 무대를 ‘CES 2017’에 옮겨 놓은 듯했다. 양사는 각종 제품을 연이어 공개하며 불꽃 경쟁을 보여줬다.
‘융합’과 ‘연결’이 이번 CES의 핵심 키워드였듯이 양사는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IoT와 AI가 아직 확산되지 못했지만 편리성과 다양성을 원하는 이용자의 니즈에 따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되기 때문이다.
2020년 글로벌 IoT 시장규모는 2014년(6600억달러) 보다 약 158% 늘어난 1조7000억달러(가트너 기준)에 달하고 올해 글로벌 AI 시장규모는 2015년(1270억달러) 보다 약 23% 늘어난 1650억달러(IDC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용자가 IoT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폰, 냉장고, TV,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홈, 스마트공장, 인텔리전스 빌딩에 적용된 AI에게 주문하면 이 AI는 이용자의 입맛에 맞는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때문에 이번 CES 기간 동안 기조연설도 IoT와 AI가 주요 이슈로 언급됐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신경전을 펼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삼성전자, IoT 연결성 강화해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서 = 삼성전자는 올해 CES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2600㎡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하고 QLED TV, 플렉스워시, 패밀리허브 2.0 등을 공개하며 작년 보다 한층 더 강화된 IoT 연결성으로 가전의 미래를 제시했다.
‘QLED’는 메탈소재가 적용된 새로운 퀀텀닷(양자점) 기술로 삼성전자가 명명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TV의 각종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강조하며 인비저블 커넥션, 노 갭 월마운트 디자인, 스마트 뷰 등의 특징을 알렸다.
팀 백스터 삼성전자 미국 법인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주요 가전제품과 TV가 IoT에 연동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연동하고 통합된 앱으로 제어함으로써 이용자들이 IoT 생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신개념 세탁기 ‘플렉스워시’, 건조기 ‘플렉스드라이’, 2년 연속 CES 혁신상에 선정된 ‘패밀리허브 2.0’도 공개하며 기술력을 보여줬다. 또한 IoT 연결성을 강화한 신규 프리미엄 주방가전 패키지의 경우 이태리 럭셔리 주방가구 업체인 스카볼리니와의 협업해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이밖에 갤럭시 A7(5.7형), 갤럭시 A5(5.2형), 갤럭시 A3(4.7형) 등 총 3종의 2017년형 ‘갤럭시 A’를 이번 CES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데 이어 삼성전자 방문객들이 전시장에서 ‘삼성 기어 S3’를 활용해 삼성 페이와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고 4D 의자에서 ‘기어 VR’을 착용해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도록 했다. 여기에 ‘삼성 노트북 9 올웨이즈’ 2종과 3세대(48단) V낸드 기반의 프리미엄 SSD 제품과 각종 초고속·초고용량 메모리 제품도 함께 전시했다.
◇LG전자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 자신감 내비쳐 = LG전자도 글로벌 IT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삼성전자에 맞섰다.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2044㎡ 규모의 부스를 마련해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스마트 가전 △프리미엄 주방 패키지 등을 공개했다.
안승권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사장)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IoT 기술 표준 관련한 협력도 강화하겠다"며 "빅데이터, IoT 등 AI 기술을 앞세워 LG만의 차별화된 혁신 기술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부스 중앙에 LG 시그니처 전시존을 만들고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등을 선보인데 이어 독자적인 ‘나노셀’ 기술을 탑재한 슈퍼 울트라HD TV 신제품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LG전자는 딥 러닝 기반의 ‘딥 씽큐’ 스마트 가전, 가정·공항용 로봇을 비롯해 각종 자동차 부품 관련솔루션도 소개했다. 솔루션은 △운전자의 음성, 동작을 인식하는 인터페이스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스테이트 모니터링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등이다.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각종 스마트 가전제품이 이용자의 사용 습관, 제품 사용 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기능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인 ‘LG 스튜디오’의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 시리즈’도 전시됐다. 이 시리즈는 빌트인 냉장고, 더블 월오븐, 전기 쿡탑, 가스 오븐, 후드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총 6종으로 구성됐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영배 LG전자 글로벌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압도적인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의 프리미엄 제품, 고객을 이해하는 딥 러닝 기반 스마트 가전 등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