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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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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휘발유값 인상 반발시위 피해 ‘눈덩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09 08:52

혼란 틈타 일부 시민 300곳 약탈ㆍ기물파손…니에토 대통령 "미래를 위한 결정"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멕시코에서 최고 20%가 넘는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약탈 등으로 일부 변질되면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시위대 일부가 폭력ㆍ과격 시위를 벌이면서 빚어진 혼란을 틈타 일부 시민이 상점과 주유소 등지에 난입해 약탈하고 기물을 파손하면서 폭동 수준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엘 우니베르살과 밀레니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최소 22개 주에서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항의 시위가 일부 시민의 약탈과 기물파손, 점거 등으로 변질되면서 최소 6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중부 이달고 주에서는 전날 고속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경찰이 해산하는 과정에 총격이 발생, 2명이 숨졌다.

동부 항구도시인 베라크루스 시에서는 약탈 현장 근처에서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베라크루스 주 다른 지역에서는 약탈 현장에 있던 구경꾼 1명이 차에 치여 사망했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주유소에서 절도를 막으려던 한 경관이 숨졌다.

미겔 앙헬 유네스 리나레스 베라크루스 주지사는 전날 성난 시위대에게 한번 약탈 피해를 본 가게를 다시 습격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누에보 레온 주의 주도인 몬테레이에서는 전날 밤 1만9000명이 대광장에 모여 집회를 개최하는 등 이번 주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시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집회는 초반에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후반부에 마스크를 쓴 일부 시민이 불을 지르고 주 청사 창문을 깨트리면서 폭력 시위로 급변했다고 엘 우니베르살은 전했다.

몬테레이 폭력 시위로 일부 기자들이 다치고 182명이 체포됐다.

유가 인상 시위로 촉발된 혼란으로 최소 300곳이 약탈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됐다.

경제계는 그러나 1000여 곳의 상점과 기업이 약탈과 기물파손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피해를 우려한 일부 자영업자들과 상점은 아예 문을 닫거나 대낮에만 운영했다.

상공회의소는 고속도로, 항만, 터미널 등의 봉쇄와 약탈 피해를 우려한 상점과 기업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기초 생필품과 연료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탈과 항의 시위는 이날 들어 다소 진정됐지만, 일부 시민은 여전히 일부 고속도로 요금 정산소 앞에서 펼침막 시위를 이어갔다.

이번 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후 경제 부진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정부 보조금이 적용돼 비교적 저렴했던 휘발유 가격이 급격히 인상된 데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증폭됐다.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고급 유종인 프리미엄 휘발유 가격은 ℓ당 17.79페소(약 980원)로 올라 4ℓ 가격이 멕시코의 하루 최저 일당 80페소와 맞먹게 됐다. 일반인이 많이 쓰는 유종인 마그나 휘발유 리터당 평균 소매 가격은 14.2% 높은 15.99페소로 인상됐다.

앞으로도 휘발유 가격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내년 2월 3일까지만 적용되며, 같은 달 18일까지는 격주마다 최고 가격이 고시된다. 18일 이후에는 매일 최고 가격이 정해진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전날 TV로 방영된 신년연설에서 정부 보조금이 아닌 국제시장 가격에 따라 유가가 결정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시장 자유화에 따른 휘발유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재차 옹호했다.

니에토 대통령은 "국제 가격에 맞춰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어려운 변화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미래에 닥칠 더 나쁜 결과를 피하려고 현재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휘발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것은 가난한 국민에게서 돈을 빼앗아 대부분을 가진 부자들에게 주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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