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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대외리스크에 한국기업 대책 '고심'

최용선 기자cys4677@ekn.kr 2017.01.11 07:16:27

 


우리 경제가 연초부터 미국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신정부의 자국산업보호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는데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및 부산총영사관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인한 한-중, 한-일 사이의 정치·외교적 갈등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특히 이들 3개국이 경제보복을 노골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 미국 등 현지 영업에 영향을 미쳐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미국 트럼프 새 행정부가 오는 20일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자국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가시화하자 미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은 아예 현지 생산공장을 인수하거나 다른 국가에서의 생산물량을 줄이고 미국에 현지 생산라인을 짓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10대그룹의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 본토에 수입되는 제품들에 대해 35% 이상의 고율관세 부과를 경고한 상태"라며 "생산·판매·유통·광고 등 미국시장과 관련된 경영전략을 다시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AFP/연합)



특히 미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에 대비해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전체 가전 매출의 30% 가량을 올리며 점유율 1위에 올랐고 LG전자도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는 가전 비중이 굉장히 높아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에 따른 무관세로 이점이 많은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북미 시장으로 수출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가 NATFA 재협상은 물론 멕시코산 가전제품에 대해 최대 35%의 추가 관세를 물게 할 것에 대비해 미국 공장 설립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CES 2017 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금년 상반기 중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게 정리될 것 같다. 80% 정도는 정리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의 현지 제조업체에 비용에 대해 페이버(혜택)를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지역에서 제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멕시코산 가전제품에 최대 35%의 관세를 물리는 등 관세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인건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품을 갖고 와 CKD(Complete Knockdown, 반조립제품)를 붙여서 제품을 제작할지, 협력사들과 함께 미국으로 진출해 제품을 만들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원론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지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한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장벽을 높이자 세아제강도 미국 현지에 생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하고 최근 미국 휴스턴 현지 강관기업이 보유한 유정용 강관설비를 아예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관세를 부담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이 비용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보복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초강수가 이어지면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은 곧 국산 배터리 업계의 퇴출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일부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사업의 영속성 자체에 우려를 하면서 판매망 전환 등 전략 수정에 들어가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은 유럽에서의 판매를 늘려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헝가리와 폴란드에 각각 공장을 세웠으며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의 판매에 차질을 빚을 경우에 대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초 중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방안이었지만 인증기준 강화 등 각종 규제가 잇달아 발표되며 사업을 보류했다. SK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시장은 그룹의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며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현지 공장 생산 증설 검토와 별개로 국내 공장의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충남 서산 공장의 4호기 증설과 동시에 5호기 증설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중국 내 롯데그룹 전(全) 계열사 사업장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 점검을 진행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중국 공장도 중국 당국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사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제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추징금 부과나 영업정지 같은 보복 조치를 피하더라도 당분간 적극적인 경영 자체가 어려워 현지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위로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



또한 일본 정부는 부산총영사관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그동안 논의하던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해 8월 말 협상 재개 이후 4개월 만의 중단이다. 통화스와프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외환보유액 비상시에 대비해 특정 국가와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 고위급 경제 협의도 연기한다는 입장이어서 한일 정부 간 경제 협력은 당분간 급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아 기업 스스로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경제를 살려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손발을 묶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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