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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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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4세 책임경영 '최전선'…가족경영·부의 세습 비판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12 10:14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굴지 기업은 지난 1930~1940년대에 태동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치면 창업 3세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두산처럼 창업 4세가 그룹 회장으로 전면에 나선 경우도 있다. 본지는 국내 200대 주요 그룹 내 40대 이하 오너 일가 현황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재계 오너 3세 기업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40대 기업인이 그룹 총수에 오르거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등 책임경영의 최전선에 나섰다. 젊고 창의적인 리더십으로 재계의 세대교체를 주도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다만 이들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질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반한(反韓)정책이 노골화하고, 국내에선 특검·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스스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기업 창업주의 손주들이 부친의 바통을 이어받아 기업 경영 전면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한진그룹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임명됐고, 효성그룹은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회장직을 맡았다. 동아쏘시오그룹도 강정석 부회장이 회장직을 물려받아 3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그룹 회장이나 계열사 CEO는 아니지만, 보폭을 넓히며 수완을 발휘하는 3세도 많다.

이처럼 국내 200대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오너 3·4세이면서 계열사 임원을 맡고 있는 40대 이하 젊은 오너들을 조사한 결과 76명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41.5세.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올해 만 49세인 1968년생이 7명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 젊은 오너들 중 16.4%인 12명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 3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여성도 기업 경영에 다수 참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 조사 대상자 중에는 창업가의 증손자뻘에 속하는 재벌 4세는 12명이었다. 오너 4세 임원시대를 맞이한 그룹에는 LG, 두산, GS, 코오롱, 동국제강이 포함됐다.

이 같은 결과는 에너지경제신문 부설 한국2만기업연구소가 ‘국내 200大 주요 그룹 중 재벌가 3·4세 현황 분석’조사에서 도출됐다. 조사는 창업자의 손자내지 증손자인 재벌가 3·4세 중 만 나이로 따져 올해 40대 이하에 속하는 1968년생 이후 출생자에 한해 조사가 이뤄졌으며 오너 3·4세라 하더라도 1968년 이전 출생자나 동일 그룹 내 주요 기업 임원이 아닌 경우 등은 조사에서 제외시켰다. 임원 재직 여부는 1월10일 기준이다.

12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76명 중 사장 타이틀을 가진 CEO급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사장 17명, 전무 14명 순이였다. 부회장급도 10명으로 집계됐으며 특히 회장 지위를 보유한 경우도 3명 있었다. 효성 조현준(1968년) 회장, 조선내화 이인옥(1971년) 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1972년) 회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또한 조사 시점 기준으로 사장급 이상 되는 CEO도 31명(40.8%)이나 됐다.

그룹별로는 기업 역사가 가장 오래된 두산과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3세 이상 오너 경영자들이 각각 5명으로 비교적 많이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세 경영 시대로 접어든 두산 그룹에서는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석원(1971년) 두산엔진 부사장을 비롯해 박용현 연강재단이사장의 장남 박태원(1969년) 두산건설 부회장, 차남 박형원(1970년)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3남 박인원(1973년) 두산중공업 전무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인프라코어 박용만 회장의 아들 박서원(1979년) 오리콤 부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현대자동차 그룹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3녀 해비치호텔리조트 정윤이(1968년) 전무가 조사 대상에 속했다. 故 정몽우 회장의 장남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1970년) 사장, 차남 현대비앤지스틸 정문선(1974년) 부사장, 3남 현대비에스앤씨 정대선(1977년) 사장도 현대자동차 그룹 오너 일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GS그룹에도 40대 이하 4세 오너가 임원이 4명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 허서홍(1977년) GS에너지 상무, 허동수 전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1969년) GS글로벌 부사장, 허창수 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1979년) GS건설 전무,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1975년) GS칼텍스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 오너가 세대교체로 젊어진 수장들

이번 조사 대상자 중 45세에서 49세 사이가 25명(32.9%)으로 가장 많았고, 40~44세는 23명(30.3%), 35~39세 사이는 21명(27.6%) 순이였다. 34세 이하도 7명(9.2%)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중 최연소 오너 임원으로는 1985년생으로 올해 32세인 보령제약 김은선 회장의 장남 김정균 상무, 한화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상무, 보해양조 임성우 회장의 장녀 임지선 부사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일 출생년도별로는 1968년생이 7명으로 최다였고, 이어 1970·1974·1977·1978년 각 6명 순으로 많았다. 이어 1971년생 5명, 1972년·1973년·1975·1980년생 각 4명 순으로 파악됐다.

올해 49세가 되는 1968년생으로는 대표적으로 효성 조현준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 동국산업 장세희 부회장, OCI 이우현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1968년생이 향후 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재벌가 3세 시대를 장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중에서는 해비치호텔리조트 정윤이 전무도 1968년생 3세 오너 일가였다. 정 전무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세 번째 누나다.

1970년생 중에서는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대표적인 오너 3세가로 활동 중이고, 1974년으로는 성신양회 김영준 회장의 장남 김태현 사장, 1977년생 SPC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 1978년생 LG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 구광모 상무 등이 경영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1980년대생도 조사 대상 76명 중 19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1980년생 중에서는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의 장녀 박주형 상무, 1981년생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의 장남 양홍석 사장, 1982년생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전무, 1983년생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 1984년생 코오롱 이웅열 희장의 장남 이규호 상무보 등이 재벌가 3·4세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간 재계의 주요 그룹들이 인사를 통해 오너 3~4세들을 경영 또는 주요 보직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며 "이는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불황, 업황 침체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룹 의사결정과 핵심계열사의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현안에 대응하면서도 다가올 대내외 악재에 적극 대처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다각적인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신 여성시대

재벌가 3·4세 중 40대 이하 여성 임원은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신라호텔 이부진(1970년) 사장과 삼성물산 이서현(1973년) 사장 자매를 비롯해 신세계 정유경(1972년) 사장, 대상 임세령(1977년) 전무와 임상민(1980년) 전무 자매, 삼천리 이만득 회장의 삼녀 이은선(1982년) 이사, 대한항공 조현민(1983년) 전무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전 세대에는 후계 승계가 주로 남성 위주로 이뤄지던 것과 달리, 이들은 남자 형제보다 빠르게 경영 수업을 받고 지분을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몇 년 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 오너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특히 이전 세대의 여성 오너 경영인들이 주로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유지를 이어갔다면, 이들은 대주주 일가로 일찍부터 경영에 참여해왔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몇 년 뒤 여성 총수가 탄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회사로 꼽히는 대상그룹에서는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 임세령, 임상민 자매의 대결구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최근 나란히 전무로 승진했다. 장녀 임세령 전무는 대상의 식품BU(Business Unit) 마케팅담당중역을 맡았고, 차녀 임상민 전무는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으로 근무 중이다. 이번 승진을 놓고 업계에선 이들 자매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 및 승계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기존 회사에서 퇴사한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1989)씨 역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따로 경영학 석사(MBA)나 다른 박사 학위 과정을 밟을 필요성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씨는 201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한 뒤 석유화학, IT(정보기술) 등 SK그룹의 주력 사업과 관련된 팀에 배속돼 일을 해왔다. 이 때문에 당시부터 ‘사실상의 경영 수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이자 농심 신춘호 회장의 외손녀 서민정(1991)씨도 주목받고 있다. 서 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영권 승계를 표상하는 지분 때문이다. 그는 서 회장으로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6.48%를 증여받아 서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평사원 직급으로 화장품 생산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생산 부문이 화장품 사업의 기본이라 서씨의 첫 근무지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후계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 제약업계 오너가 3세 많아

조사 대상자 중에는 제약 업종에 있는 오너가 3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는 제약 업종이 오랜 업력(業歷)과 무관치 않았다. 녹십자 故 허영섭 회장의 차남 허은철(1972년) 사장과 삼남 허용준(1974년) 부사장을 비롯해 유유제약 유승필 회장의 장남 유원상(1974년) 부사장, 현대약품 이한구 회장의 장남 이상준(1976년) 부사장, 국제약품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 남태훈(1980년) 사장, 삼일제약 허강 회장의 장남 허승범(1981년) 사장, 보령제약 김은선 회장의 장남 김정균(1985년) 상무가 후계 수업을 받고 있거나 경영 전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내 주요 30대 그룹 중 3·4세 총수 후계자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온 곳은 대략 10곳이다. 최근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조현준 회장을 비롯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LG 구광모 상무, 현대중공업 정기선 전무, 대림 이해욱 부회장, 금호아시아나 박세창 사장, 하이트진로 박태영 부사장 등이 꼽힌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은 정 회장 자신이 그룹 총수이다.

이와 달리 GS, 두산, LS그룹 등은 친족집단 지도체제여서 향후 누가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를 지는 지분 관계나 가족 관계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와 같은 친족집단 경영체제를 유지하기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창업 초기에는 형제간 경영 등으로 유지되다, 점차 4촌내지 8촌 등으로 친족 범위가 넓어지다 보니 친족집단 경영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산은 과거에 ‘형제의 난’을 겪은 바 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장은 "창업자 이후 가족 및 친족 경영을 지속 유지해가려면 확고한 지분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대(代)를 이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며 "창업자에서 자녀 세대로 다시 손자와 증손자로 경영권을 넘겨주려면 높은 지분 상속제 등을 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너가 갖고 있는 지분율이 이전보다 떨어져 기업 지배력이 점점 더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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