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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산유국 감산 합의, 허와 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1.16 18:22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 산유국 감산 합의, 허와 실

이달석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비OPEC의 주요 산유국들이 이번 달부터 감산에 들어간다. 그동안 공급 과잉과 저유가 상황에서도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을 벌였던 OPEC 산유국은 지난해 11월 30일 열린 총회에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11개 비OPEC 산유국도 OPEC의 감산에 동참해 하루 56만 배럴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는 지난 2년여 동안 미국의 셰일오일과 같은 고비용 원유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저유가를 용인하며 생산을 늘려왔다. 하지만 저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재정 상황이 악화되는데다 셰일오일 생산도 감소 추세를 보이자, 사우디는 생산량 조절을 통해 유가를 부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사우디가 2018년으로 예정된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유가 부양의 필요성을 더했을 것이다. 사우디는 감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비OPEC의 참여를 전제로 감산을 추진했고 비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합의가 성사됐다.

그러나 OPEC 회원국들이 모두 합의한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합의사항을 제대로 준수하는 국가는 사우디와 그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에 국한됐다. 게다가 이번에는 OPEC 회원국 중 이란과 리비아, 나이지리아는 감산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란은 서방국의 제재 이전의 생산 수준을 고려해 하루 9만 배럴의 증산이 허용됐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는 내전과 정정 불안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어서 감산량이나 생산한도 자체가 부여되지 않았다.

OPEC 회원국들 중에서 감산 이행률이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생산 규모가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인 이라크다. 이라크는 다른 산유국들과는 달리 주로 국제석유회사들과의 계약을 바탕으로 생산하고 있어 산유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라크는 합의 이전부터 자국이 IS와 전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감산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개별 회원국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OPEC의 감산 이행률은 목표의 60% 수준인 하루 70만 배럴 내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생산은 정세가 호전되면서 회복세에 들어섰다. 이들 양국에서 예상되는 생산 증가분은 양국 정부가 공언하는 증산 계획의 절반만 잡아도 하루 40만 배럴이 된다. 결국 OPEC 전체의 감산 물량이 30만 배럴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또한 OPEC의 감산 기준은 역대 최고인 지난해 10월의 생산 실적인데, 지난해 연평균 생산보다 약 50만 배럴 많은 양이다. 감산 대상 기간이 올해 연말까지 연장되더라도 올해 OPEC 생산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20만 배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 가능성도 크지 않다. 러시아는 비OPEC 전체에 할당된 감산량의 절반을 넘는 하루 3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01년에 있었던 OPEC과의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다. 러시아는 서시베리아지역 노후 유전의 자연 감산과 함께 신규 유전의 가동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러시아는 지난해 감산 합의를 앞두고 생산을 대폭 늘려 소련 해체 후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올해 연간 생산은 감산 약속을 지키더라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저조한 감산 이행률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는 석유시장의 수급 균형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해 세계 석유시장의 공급 과잉 규모를 하루 50만 배럴로 추정했다. 또 올해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을 130만 배럴로 예측했다. 따라서 올해 산유국들의 생산 증가분이 80만 배럴을 넘지 않는다면 공급 과잉이 연내에 해소될 수 있다. 감산 합의를 주도한 사우디도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을 억제시키는 정도를 최선의 성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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